2권 2책. 낙질본. 국문필사본. 박순호(朴順浩)·사재동(史在東) 소장의 두 이본이 있다. 이 둘은 다 상권만 남아 있고 하권은 현재 발견되지 않고 있다.
박순호 소장본에는 앞과 뒤에 각각 ‘신츅ᄉᆞ월십오일’, ‘신츅육월십팔일등츌우용화졍ᄉᆞ’라는 필사기가 있고, 사재동 소장본은 앞표지에 ‘계ᄉᆞ뎡월 일시 셔ᄒᆞ노라’는 기록이 있어 필사연기를 대략 추정할 수 있다.
황명 영락 병술연간에 남방 안남국왕 위진은 슬하에 자식이 없다가 북두칠성이 떨어지는 태몽을 꾸고 아들 현을 얻는다. 이 때 갈관이 반역하여, 왕은 계량후가 되었다가 병으로 죽고 왕비와 세자는 불에 타 죽을 위기에서 태을선군의 도움으로 벗어나 만대·여택과 함께 탈신, 도주한다.
왕비와 세자 현은 북해용자(北海龍子)의 도움으로 배를 타고 가다가 여러 선관들을 만나 갑옷·투구·용천검·보신주·비룡장·차와 실과 등 신기한 물건과 음식을 얻고, 태을선관에게서 통천도사의 명장 3인을 퇴치할 묘책을 듣는다.
세자 현은 능해도에서 어머니와 이별하고 만고영웅 중에서 스승 능해법사를 선정받아 묘술을 배운다. 갈관을 이기는 데 필요한 천왕보살의 낙화선과 아버지인 염라왕의 벽력퇴를 구하고 지옥세계를 두루 구경한 뒤 돌아온다.
남해용왕이 딸을 두고 청혼하므로, 8년 액의 이별을 끝내고 상봉한 어머니와 함께 용궁으로 가서 혼례를 올린다. 이윽고 법사와 함께 고국에 돌아갈 묘책을 의논한다.
여기까지는 박순호 소장본의 내용이며, 사재동 소장본은 조금 더 계속된다. 보배인 멸화선을 가진 통천도사와 용궁비도를 가진 제자 용창이 안남왕을 도우려 떠나고, 위진의 친구이던 남만왕이 위진의 현몽으로 갈관을 공격한다.
갈관이 몰리자, 지혜·재주가 비범한 통천도사의 제자인 명장 3인을 청해온다. 위현은 군사를 모아 복수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전조(前朝)의 충신들을 만나 함께 갈관을 공격하기로 한다.
이 작품은 영웅소설로서 전기성(傳奇性)이 강한 점이 특색이다. 초현실적인 몽환(夢幻)의 세계, 신선의 세계, 명부(冥府)의 세계, 용궁 등을 현실계에 연결시켜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유자재로 왕래하게 한다.
주인공의 능력은 신기한 보배를 획득하는 등 초월적 존재자들이 직접적으로 부여하는 것으로 현실적이지 않다. 이는 전기적인 데에서 흥미를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지만, 주제면에서 주인공의 정당성을 초월계가 지원하는 정도로 절대윤리를 내세우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옥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죄악이 불충(不忠)·불효(不孝)·불렬(不烈)인데, 특히 불충이 큰 죄악임을 거듭 나타낸 것도 주제와 관련된 것이다. 또한 만고의 영웅들이 모인 자리에서 만고의 역적들이 수모를 겪는 장면을 나타낸 것 등도 이러한 주제를 표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유·불·선적인 요소가 두루 배합되어 있으나, 충(忠)의 윤리를 표방하는 데에 집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세계관이나 윤리관에 비추어보아 그 의식이 고전소설사에 있어서 초기적인 작품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