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필사본. 표제는 ‘류한당언행록’으로 되어 있다. 김양선(金良善) 소장본으로, 1983년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되었다. 지면은 ‘중앙은행’이라 쓴 괘지를 사용하였고, 해서체로 되어 있다.
유한당 권씨는 이벽(李霹)의 부인이며, 천주교 초기의 핵심인물인 권일신(權日身)의 딸이다. 서문에서 ‘숙부영가권쳘신작셔’라고 한 것을 통하여 큰아버지인 권철신(權哲身)이 서문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서문에서 권철신은 유한당이 박학하고 부도실천의 모범이 되므로 유한당의 언행을 적어 모든 여인들에게 선행을 권장하는 데 뜻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내용은 마음 가지는 법, 용모 가지는 법, 몸가지는 법, 말씀하는 법, 기거하는 법, 거가하는 법, 처녀의 수신하는 법, 출가하는 법, 가장 섬기는 법, 부모와 시아버지, 시어머니 섬기는 법, 자식 교육하는 법, 자부 교훈하는 법 등의 12항목으로 분류하였다.
이 책은 중국의 『여사서(女四書)』나 성종의 모후 소혜왕후(昭惠王后)의 『내훈(內訓)』, 영조빈 선희궁(宣禧宮)의 『여범(女範)』과도 유사하다. 그러나 글의 내용이 유교적인 데서 천주교적 입장으로 바뀌어 있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리고 다른 언행록에 비하여 서민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쉬운 비유적 표현을 쓰고 있다.
‘경자납월뎡아오스딩셔우슈표’라는 기록에서 ‘뎡아오스딩’이 정약종(丁若鍾)의 세례명이니, 1780년(경자) 12월에 수표교집에서 기록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서민적 유포과정, 창작동기 등을 감안해볼 때, 『천주실의(天主實義)』나 『칠극(七克)』 등의 번역과는 달리 필자가 『내훈』이나 『여사서』 등을 익힌 지식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한글로 저술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하여 처녀수신, 출가, 남편 섬김, 부모구고 섬김, 자식교육, 자부교육 등 조선조 사회의 전통적 예절의식이 저항감 없이 서학(西學)으로 수용되어 점차 민중 속으로 침투하고 있음이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