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주머니 설화」는 이야기를 주머니 속에 가두어 두기만 하다가 죽을 뻔한 신랑을 하인이 구하였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이 설화는 사람과 이야기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으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형상화한다. 본래 이야기란 남에게 들은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공간적으로 이동하고 시간적으로 전승되는 데에 그 본질이나 생명성이 있다. 이야기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메타설화’로서 문자 문화와 구술 문화의 관계 속에서 둘의 공존의 필요성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반담(一般譚)에 속하며, ‘이야기 귀신 설화’라고도 한다. 전국 여러 곳에 구전(口傳)되고 있다.
서당에 다니는 한 학동(學童)이 이야기를 좋아하여, 자루 속에다 이야기를 모두 집어넣고 이야기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 놓았다. 마침 이 소년이 장가를 들게 되었는데, 자루 속에 갇혀 있던 이야기 귀신들이 독이 든 물, 독이 든 과일, 독이 있는 뱀으로 변신하여, 소년이 장가가는 날에 소년을 죽이기로 하였다. 이야기 귀신들이 하는 말을 들은 소년의 하인은 소년이 장가가는 날에 소년을 쫓아가, 소년에게 물과 과일을 먹지 못하게 하고, 또한 신부의 방에 들어가 독사를 제거하여 소년을 구하였다는 내용이다. 각편에 따라 이야기 귀신이 변하는 대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야기 주머니 설화」는 사람과 이야기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으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형상화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야기 주머니 설화」는 이야기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메타 설화’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야기 주머니 설화」는 문자 문화와 구술 문화의 관계에 대하여 말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이야기들’은 구술 문화를, 이야기를 주머니에 담아두고 전하지 않는 소년은 구술 문화를 억압하는 문자 문화를, 소년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하는 소년의 하인은 구술 문화를 이해하는 민중을 각각 의미한다고 본다.
「이야기 주머니 설화」를 통해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던 이야기에 관한 인식의 수준이나 이야기를 꾸미는 솜씨가 어느 정도였는가를 살필 수 있다. 본래 이야기란 남에게 들은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공간적으로 이동하고 시간적으로 전승되는 데에 그 본질이나 생명성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특정한 사회와 역사에 부합하는 이야기에 담긴 어떤 진실이 드러나고, 이야기의 흥미가 확장될 가능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이야기들을 가두어 두기만 하면, 이야기가 가진 개방적 진실이 고정되고 생명성마저 단절되고 마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또한 「이야기 주머니」는 메타 설화로서, 문자 문화와 구술 문화의 관계 속에서 둘의 공존의 필요성을 표현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