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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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돈이의 『태극도설』에서 태극에 대비해 인도의 극치 또는 인간으로서 최고의 준칙이 된 사람인 성인을 가리키는 유교용어. 성리학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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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주돈이의 『태극도설』에서 태극에 대비해 인도의 극치 또는 인간으로서 최고의 준칙이 된 사람인 성인을 가리키는 유교용어. 성리학용어.
내용

인극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태극과 비교되어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 太極圖說≫가운데서 나온다.

태극을 우주만물의 최고의 준칙(準則)이라 한다면 인극은 인간으로서 최고의 준칙이 된 사람, 즉 성인(聖人)을 말한다. 그러므로 주돈이의 ≪태극도설≫은 전통적인 유가 사상의 큰 흐름 가운데에서 인극을 설명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태극도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태극에서 만물이 생겨나는 과정이요, 둘째는 만물 가운데서도 인간, 인간 가운데서도 성인의 덕이 지극히 큰 것임을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만물이 발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태극이 동(動)하면서 양(陽)을 낳고, 양이 극(極)하면 다시 정(靜)해지는데, 이렇게 일동일정(一動一靜)이 서로 뿌리가 되어 음과 양으로 갈리고 또 이들이 서로 합해 수·화·목·금·토의 오행을 낳는다.

그러므로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며, 음양은 하나의 태극이며, 태극은 또한 무극(無極)이라 불릴 수 있다(五行一陰陽也, 陰陽一太極也, 太極本無極也). 여기서 모든 만물은 무극의 진(眞)과 음양·오행의 정(精)이 묘합(妙合)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만물 가운데에서도 인간만이 가장 특출하고 영험하다고 말한다. 모든 만물도 무극의 진을 가지고 있으나 음양·오행의 정이라는 면에서 볼 때 인간만이 가장 맑은 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물 가운데서도 인간만이 특출하고 영험한 것은 정기(精氣)를 맑게 타고나기 때문이라면서, 사람 중에서도 성인이 특히 특출한 이유를 ≪태극도설≫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성인은 중정과 인의로써 정하고, 정을 주로 하여 인극을 세웠던 것이다(聖人定之以中正仁義, 而主靜 立人極焉).”

맑은 것 가운데 가장 맑은 기를 타고난 성인은 그 마음 안에 하늘의 법칙이라 할 수 있는 중정과 인의를 구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극을 이룬 성인은 참으로 만물 가운데 핀 빛나는 꽃이므로, 그것을 묘사해 “성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고,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이 합하며, 네 계절과 더불어 그 질서가 합하고, 귀신과 더불어 길흉이 합한다.”고도 한다.

만물도 무극의 진과 음양·오행의 정이 묘합되어 이루어진 것이요, 인간도 무극의 진과 음양·오행의 정이 묘합해 이루어졌다는 면에서 동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음양·오행의 정의 청탁(淸濁)이라는 면에서 만물과 인간의 차이가 생기고, 성인은 인간 중에서도 가장 맑은 정기를 지닌 사람이기 때문에 성인의 마음에 구비되어 있는 것은 만물 중에 있는 법칙의 모범이 된다.

이러한 사상은 천지인(天地人)의 도가 모두 하나라는 사상에서 유래되는 것이다. ≪태극도설≫은 그것을 표현해 “천의 도를 세워 음과 양이라 하고, 지의 도를 세워 유(柔)와 강(剛)이라 하며, 인의 도를 세워 인과 의라고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음양·강유·인의는 서로 같은 것의 다른 표현임을 알 수 있는데, 성인의 마음에 구비되어 있는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실상 우주적 법칙과 다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결국 인극과 성인의 사상은 중국인의 천인합일의 사상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인극이 유가 철학에서 기본 사상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태극도설≫ 외에도 많은 문헌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지인의 삼재 사상(三才思想)은 이미 ≪주역≫에 나오고 있고, 또 문중자(文中子)도 “우러러 천문을 보고 굽어서 지리를 관찰하며 중으로써 인극을 세운다(仰以觀天文, 俯以察地理, 中以建人極).”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유교 사상에서 지극히 보편적인 현상이다.

특히, 주희(朱熹)는 인극을 오륜과 결부시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부자유친과 장유유서는 천속(天屬)에 해당하고, 부부유별은 그 천속에서 유래되는 바를 계속하는 것이며, 군신유의는 그 천속에서 의뢰하는 바를 온전히[全]하는 것이며, 붕우유신은 천속에서 의뢰하는 바를 바르게[正]하는 것이다. 이것은 강기인도(綱紀人道)로써 인극을 세워 하루라도 폐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주희의 사상도 인극을 세우는 일이 모두 천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는 천인합일 사상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극을 세우는 일은 바로 천도를 바르게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여기에서 나온다.

현대의 유교 철학자 가운데서 독창적인 사상가인 웅십력(熊十力)은 인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주돈이는 도가에서 유가로 되돌아와 ≪태극도설≫에서 ‘입인극(立人極)’이라는 세 글자를 설하고 있는데, 무궁한 뜻이 거기에 응축되어 있고 육경(六經)의 진수를 참으로 얻고 있으니 배우는 자가 소홀히 할 수 없다.”

불교에도 조예가 깊어 유교와 불교를 만나게 하는 데 크게 공헌한 현대 철학자인 웅십력은 또 “주돈이가 정(靜)을 주로 해서 인극을 세운다 하고 그 정 자 아래에 스스로 주석해 욕심이 없으므로 정이라고 한 것은 이 정은 동(動)과 더불어 상대적 관계에 있는 정이 아니다.”라며 고요함[靜]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로부터 불교와 연결시키기도 하였다.

다시 요약하면, 사람은 하늘과 땅 가운데에 있는 중간적인 존재지만 사람만이 하늘과 땅의 준칙을 온전히 마음 속에 구비하고 있어서 만물 가운데 가장 뛰어나고 영특한 존재라는 뜻에서 웅십력은 이 같은 인극을 말하였다.

하늘과 땅의 연결 고리를 인간의 마음 안에서 찾는 것이 인극이라면, 우리 나라 성리학의 중심적 과제가 바로 인극이라 할 수 있다. 이황(李滉)과 이이(李珥)는 인극에 관한 학을 성학(聖學)이라고 했으며, 이 성학은 한국적 성리학의 특성을 이루었다.

송대의 학문은 인극을 말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우주론적 관련 하에서 말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의 성리학은 사칠론(四七論)이라는 인간학적 형이상학을 추구하는 데 특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주돈이의 사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주자학은 이기심성론(理氣心性論)을 다룸에 있어서도 주로 학문의 엄밀성과 논리적 정합성을 다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이황이나 이이의 성리학은 도덕적 형이상학 혹은 인간학적 형이상학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이황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보다는 어떻게 행하느냐의 문제, 즉 앎의 문제보다도 삶의 문제를 더욱 중시해 성자(聖者)가 되려는 것으로서의 성학(聖學)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송학(宋學)을 우주론적인 것과 윤리를 포함한 도학(道學)이라 한다면, 이황은 이것을 주체적으로 깊이 파악해 인간학과 종교의 영역을 포함한 성학에 학적 기반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도학이 천(天)과 인(人), 인과 물(物)과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파악하는 데 대해 성학은 인간의 성실성과 신성성에서 진리를 포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인극의 궁극적인 추구는 우리 나라의 성리학에서 더욱 중심적 과제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참고문헌

『태극도설(太極圖說)』
『근사록(近思錄)』
『신유식론(新唯識論)』(웅십력)
『동양철학연구』(류승국, 근역서재, 1983)
집필자
이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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