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사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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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우주의 주재(主宰)와 중심이 된다는 유교교리. 철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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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인본사상은 사람이 우주의 주재(主宰)와 중심이 된다는 유교 교리이자 철학 사상이다. 중국 철학자들은 유가 철학의 핵심이 인본사상이라 말해 왔다. 인본사상은 공자와 맹자에 의해 개척되고, 순자에 이르러 성숙, 발전되었다고 한다. 단군신화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고대사상에서 사람과 하늘은 뿌리가 같다는 천인일본의 관념이나 성품이 같다는 천인합덕의 사상이 있다. 천지의 중(中)으로서 인간이 강조되고, 인간의 중으로서 마음이 강조되는 사상은 불교의 원효나 유교의 이이 철학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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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사람이 우주의 주재(主宰)와 중심이 된다는 유교교리. 철학사상.
내용

중국 철학자들은 유가철학을 인본사상의 핵심이라 말해 왔다. 그 이론적 근거로서 선진(先秦) 유가철학이 대표하는 것이 인본사상의 발전이었으며, 유교가 중국문화에 공헌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본사상이었다는 것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인본사상은 주(周)나라 초기에 이미 잉태되었다가 공자(孔子)와 맹자(孟子)에 의해 개척되고 순자(荀子)에 이르러 더욱 성숙, 발전되었다고 한다.

『순자』 유효편(儒效篇)에 보면 “도는 하늘의 도도 아니고, 땅의 도도 아니며, 사람의 도가 되는 것이다(道者 非天之道 非地之道 人之所以道也).”라고 하여 사람의 도를 천도나 지도보다도 앞세운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같은 책 천론편(天論篇)에 보면 “하늘에는 시(時)가 있고, 땅에는 재(財)가 있으며, 사람에게는 치(治)가 있는데, 무릇 이것을 능참(能參)이라 한다(天有其時 地有其財 人有其治 夫是之謂能參).”라 말하고 있는데, 사람이 천지만물의 주재요 핵심임을 밝히고 있다.

맹자도 일찍이 천시(天時) · 지리(地利) · 인화(人和)의 동시적 중요성을 말하면서, 그 중에서도 인화가 없으면 천시 · 지리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일이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고 하여 인간을 천지 가운데 핵심으로 삼았다. 그러므로 중국적 전통에서 신본주의(神本主義)로 나가본 적은 없으며, 어디까지나 사람을 우주의 중심으로 두었다.

한국사상 가운데서도 인본주의를 그 사상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유교사상이 들어오면서부터 인본주의는 이론적인 면에서나 실제적인 면에서 중심사상으로 작용하였다.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원형적으로 대표하는 것은 단군신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신화 가운데서 이미 인본주의의 핵심을 살필 수 있다.

단군신화는 근본적으로 천신 · 지신 · 인신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천신인 환웅(桓雄)은 인간이 되기를 열망하고, 지신인 곰도 인간이 되기를 열망해 천 · 지 · 인 세 가지 중에서 사람이 가장 존귀한 위치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환웅이 인간이 되기를 열망한 것은 물론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위해서 였다. 또한 곰은 인간이 되기 위해 견디기 힘드는 입문과정(initiation)을 거치면서까지 사람이 되기에 성공하였다.

이와 같이 단군신화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고대사상에서 사람과 하늘은 기본적으로 뿌리가 같다는 천인일본(天人一本)의 관념이나 성품이 같다는 천인합덕(天人合德)의 사상이 지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천지의 중(中)으로서 인간이 탄생된다고 본 단군신화의 사상은, 사람의 마음은 상하로 천지와 흐름을 같이한다는 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신명(神明)은 모두 마음에서 나오고 그것이 순의중정(純懿中正)했을 때 그 밝은 덕은 천지와 합한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한국 신종교들의 사상도 고대로부터의 한국사상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정신이 있고 천지지신(天地之神)도 있는데, 그때의 신은 무소부재(無所不在)하나 그 뿌리에 있어서는 같다고 하는 사상도 천 · 지 · 인의 통합적 구조에서 나오는 것이다.

천 · 지 · 인의 도는 모두 같으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아는 자는 천도(天道)를 아는 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은 고대부터 인심이 천심이라는 생각을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간직하고, 현명한 임금들은 백성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였다.

따라서 한국문화에는 천지와 사람 사이에는 상감(相感)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사상을 풍부하게 물려받은 전통이 놓여 있다. 신라시대에 나타난 많은 신인(神人) · 진신(眞身)들도 그 설화적인 표현이다. 기본적으로는 천명의 전체와 인심의 지정(至正)이 체용상(體用上)의 관점에서 일원(一源)을 이루어 쉬지 않고 흐르는 가운데 천지와 인심이 상감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단군신화의 환웅이 탐구인세(貪求人世)하고 곰이 원화위인(願化爲人)해 천과 지가 모두 사람이 되기를 원한 사상은 비단 고조선의 신화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고, 삼국의 시조신화가 모두 그러하여 신인상화(神人相和)의 이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 사상은 후대의 왕들에게 모두 적용됨은 물론 신라시대의 화랑이 지닌 영육쌍전(靈肉雙全)의 모습도 이에서 유래한다.

인본주의는 우리 나라에서 자생한 여러 종교의 핵심사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천지의 중(中)은 사람이요, 사람의 중은 마음이라고 하여, 마음이 즉 천지의 중심이 된다는 사상, 다시 말하면 마음으로 초월을 경험하고자 하는 열망인 것이다.

이같은 열망은 고대 종교에서뿐만 아니라, 근대의 신종교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마음이 천지의 중심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나타났다. 동학교(東學敎)인내천사상(人乃天思想)이나 증산교(甑山敎)에서 말하는 “마음의 도수(度數)를 변경시키면 천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표현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증산은 인간의 표면적인 측면과 내면적인 측면을 구분해 전자를 인간이라 부르고, 후자를 신명(神明)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바로잡힌 인간이란 바로 신명이 드나드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동학교의 인내천사상과도 통하는 것이다.

증산은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 물샐틈없이 도수를 짜놓을 수 있는 것이 근본적으로 인간을 바로잡는 일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즉, 마음을 바로잡으면 천지의 도수도 바로잡힌다는 사상을 제시한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음이 천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상은 한국적인 사상의 특색이라 할 것이다. 객관적인 법률이나 제도를 뜯어고침으로써가 아니라, 마음을 바로잡는 일이 인간 사회뿐 아니라 천지의 돌아가는 운행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명이 드나드는 것도 마음이요, 마음이 곧 하늘로 연결된다는 사상은 어떤 신이라도 마음의 내면에서 경험되지 않고는 못배기는 사상과도 연결된다. 이런 자세는 외래 종교를 받아들이는 데서도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다른 종교가 가지고 있는 교리나 의례의 세세한 면을 비교하고 따지기보다는 곧바로 신앙적 · 내적 체찰(體察)로 들어가서 외래종교가 결국 토착종교와 다른 것이 아니라는 종합에 이르는 것이다.

최치원(崔致遠)의 「진감국사비명(眞鑑國師碑銘)」에 보면, “도(道)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으므로 사람에게는 이방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동인(東人)의 아들들(한국인)이 유교도 할 수 있고, 불교도 할 수 있으며, 또 다른 것도 할 수 있다.”고 말해 진리가 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설명하는 것이 교리라고 한다.

이보다 좀더 뚜렷한 표현은 「난랑비서(鸞郎碑序)」에 있는 유명한 구절이다.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그것을 풍류(風流)라 한다. 그 가르침의 근원을 설한 것은 『선사(仙史)』에 상세히 나타나 있거니와 실로 이는 3교(敎)를 다 포함하고 있어서 군생(群生)에 접화(接化)하고 있다. 즉, 집에 들어와서는 효(孝)를 다하고 나가서는 나라에 충(忠)하니 노사구(魯司寇 : 공자)의 가르침과 같다. 무위지사(無爲之事)에 처하며 불언지교(不言之敎)를 행하니 주주사(周柱史 : 노자)의 종지(宗旨)이다. 모든 악을 짓지 아니하며 착한 일을 모두 봉행하니 축건태자(竺乾太子 : 부처)의 교화이다.”는 말이 있는데, 풍류가 3교 통합의 모태임을 말하고 있다.

화랑도의 훈련방식이 풍류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풍류는 종교적 방법을 통한 정신 훈련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화랑과 관계가 깊은 향가(鄕歌)가 그 사상적 내용에서 초자연적 · 주술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대표적인 화랑인 김유신(金庾信)에게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중악(中嶽)과 석굴(石堀), 인박산(咽薄山) 같은 곳에서 하늘로부터 신비스러운 체험을 하고 영력(靈力)을 몸에 익혔다거나 혹은 산신(山神)의 의사를 전해 듣는 등 인격적 회심과 자기변혁이 이루어졌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풍류는 화랑들이 그냥 산천에 노닐던 것이 아니라 산신의 거주처이기도 한, 여러 고산(高山)에서 종교적 수업과 함께 전사훈련(戰士訓鍊)도 겸한 것이었다.

이처럼 산악과 산신을 바탕으로 외래 사상을 통합한 것은 사람의 마음 가운데서 체찰해본 결과 외래 사상이 결국 전통적인 사상과 다른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것이다.

모든 사상들을 마음 가운데서 하나로 꿰려고 하는 사상적 경향들은 신라에 그대로 이어져왔다. 그러므로 원효(元曉)와 같은 ‘하나’를 실현하려는 일심(一心)의 철학이 구현되었던 것이다.

천지의 중으로서 인간이 강조되고, 인간의 중으로서 마음이 강조되는 사상, 즉 천지음양의 중화작용(中和作用)이 진리의 극치임을 나타내는 사상은 성(聖)과 속(俗)을 이원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화엄(華嚴) 도리를 대중 속에서 생활화시키려고 한 원효의 사상이나, 형이상학적인 이(理)와 형이하학적인 기(氣)가 묘합(妙合)해 일원화한 이기지묘(理氣之妙)의 철학을 전개한 이이(李珥)에서도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사상은 이처럼 마음이 중심이고 이 마음을 통해서라야만 모든 이질적인 이념이나 사상들이 하나로 수렴되고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의 인본사상은 이처럼 종교적인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참고문헌

『한국고대종교사상』(이은봉, 집문당, 1984)
『한국사상과 현대』(류승국, 동방학술연구원, 1988)
집필자
이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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