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7.7㎝, 지름 15.2㎝. 1972년에 전라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이 사리함은 원래 자정암(慈靜庵) 터에 있었던 자정국사의 사리탑인 묘광탑(妙光塔)에서 출토된 것으로, 자정국사의 사리를 담았던 용기였으나 현재 사리는 남아 있지 않다.
원형의 함 뚜껑에는 윗면 중앙에 백상감(白象嵌)으로 큰 원을 돌리고, 그 주변에 4개의 작은 원을 역시 백상감으로 배치하였다. 원 안에는 흑백상감의 국화문을 넣었으며, 원 사이에는 구름과 학이 어우러진 운학문(雲鶴文)을 장식하였다.
뚜껑의 가장자리 경사면에는 흑백상감의 연판문대(蓮瓣文帶)를 돌렸으며, 구연부에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백상감의 뇌문대(雷文帶)와 연주문대(連珠文帶)를 돌렸다. 합신(盒身)의 측면에도 백상감의 뇌문대와 연주문대를 장식했다.
뚜껑과 합신 사이에 검은 모래가 섞인 내화토(耐火土) 빚음을 받치고 함께 구웠던 흔적이 남아있으며, 합신 바닥의 굽과 굽 안바닥에는 규석을 받쳤던 흔적이 있다. 유약은 미세한 빙렬(氷裂)이 약간 있고 고려청자 전성기 때의 비색(翡色)에 비해서는 조금 탁한 편이다.
자정국사는 송광사 16국사 가운데 제7세로 송광사에 입산하여 도(道)를 깨달았다고 하나 그에 관한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행적과 생몰년을 알 수 없다. 다만 「송광사사원사적비(松廣寺嗣院事蹟碑)」에 따르면, 법명은 일인(一印)이며 1293∼1301년(충렬왕 19∼27) 사이에 수선사주(修禪社主)로 활동하였다고 한다. 이 사리함은 문양의 배치나 청자 유약의 색깔 등으로 보아 고려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