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권8 문부(文部) 5 전(傳)에 들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장산인은 집안이 한미(寒微)하였으나 그의 아버지는 귀신을 능히 희롱할 만한 방술을 지니고 있었다. 아버지가 98세 때 집을 떠나면서 그에게 『옥추경(玉樞經)』 등을 남겨주며 계속 읽도록 하였다. 그가 이 책들을 수만번이나 읽자 그도 귀신을 부릴 줄 알게 되었다.
그 뒤 지리산에 들어갔다가 이인(異人)을 만나 열심히 방술을 배웠다. 하루는 두 중과 함께 산골짜기를 가다가 호랑이 두 마리를 만났는데 그가 범을 꾸짖자 범은 꼬리를 흔들며 생명을 구해 주어 고맙다는 듯하였다. 그들은 범을 타고 절로 돌아왔다.
장산인은 18년 만에 서울로 와 동대문 밖에 살며 흉가의 뱀을 죽이기도 하고 죽은 물고기를 살리기도 하였다. 임진왜란 때는 왜적의 칼에 맞았으나 쓰러지지도 않고 피가 흰 기름과 같았으므로 적들은 겁을 먹고 도망쳤다.
그 뒤에 그가 죽자 중들이 시신을 화장하였으나, 그해 9월에 그는 강화에 살고 있는 친구의 집을 방문하여 사흘을 묵고 금강산으로 떠났다 한다.
「장산인전」은 허균 (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 「남궁선생전(南宮先生傳)」·「엄처사전(嚴處士傳)」·「손곡산인전(蓀谷山人傳)」·「장산인전(張山人傳)」 등과 함께 실려 있는 5편의 전 가운데 하나로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사는 선비가 주인공인 소설인 ‘일사소설(逸士小說)’에 속하는 작품이다.
「장산인전」은 초능력의 소유자인 주인공의 영웅적 활동을 통하여 무력하였던 왜란의 참상을 역설적으로 표출시켰다. 나아가 작자의 의식세계가 신선사상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산인전」은 단순한 도술에 대한 흥미본위의 ‘전’이 아니다. 그 속에 강한 주제의식을 담아 소설적 흥미를 끌어내면서 동시에 당시 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노출시켰다. 이 작품은 다른 ‘전’에 공식화되다시피 등장하는 논평이나 사평(史評)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