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불이 『화엄경』을 설한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의 적멸도량(寂滅道場)을 뜻하는 전각으로, 불사리를 모심으로써 부처님이 항상 이곳에서 적멸의 낙을 누리고 있는 곳임을 상징한다. 따라서 진신인 사리를 모시고 있는 이 불전에는 따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佛壇)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불사리는 곧 법신불(法身佛)로서의 석가모니 진신이 상주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적멸보궁의 바깥쪽에 사리탑을 세우거나 계단(戒壇)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불사리를 모신 곳이 많지만 그 중 대표적으로 5대 적멸보궁이 있다. ①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영축산 통도사의 적멸보궁, ②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중대(中臺)에 있는 적멸보궁, ③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설악산 봉정암(鳳頂庵)에 있는 적멸보궁, ④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사자산 법흥사(法興寺)에 있는 적멸보궁, ⑤ 강원도 정선군 동면 고한리 태백산 정암사(淨巖寺)의 적멸보궁 등이다.
이 중 태백산 정암사의 적멸보궁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라시대에 자장(慈藏, 590-658)이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불사리 및 정골(頂骨)을 직접 봉안한 것이며, 정암사의 보궁에 봉안된 사리는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泗溟大師, 1544-1610)가 왜적의 노략질을 피해서 통도사의 것을 나누어 봉안한 것이다. 5대 적멸보궁 중 오대산의 것 외에는 사리를 안치한 위치가 분명하지만, 오대산의 보궁은 어느 곳에 불사리가 안치되어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아 그 신비성을 더하고 있다. 이들 5대 적멸보궁은 불교도의 순례지로서, 또 기도처로서 가장 신봉되고 있는 성지이다. 이 밖에 비슬산 용연사(龍淵寺)에도 사명대사가 통도사의 사리를 분장(分藏)한 적멸보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