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필사본으로 일본 동양문고 재산루(在山樓) 소장본이며 장회 소설(章回小說)이다. "가경십사년기사단양후일일(嘉慶十四年己巳端陽後一日) 석천주인추서우운도방정사(石泉主人追書于薰陶坊精舍)."라는 간기로 보아 1809년(순조 9) 5월 6일에 석천주인(石泉主人)이 지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절화기담서(折花奇談序)」, 곧 「남화산인지(南華散人識)」, 「석천주인자서(石泉主人自序)」, 본문(3회), 「남화산인추서(南華散人追序)」로 구성되어 있다.
「남화산인지」는 인간의 네 가지 욕망인 주색재기(酒色財氣)가 소설의 주제가 되어 인간 생활을 그려 내는데, 여기에서 저자는 아무리 생활 체험이 남다르다 해도 그것을 기록하지 않으면 전해질 리 없고, 독자를 끌 만한 짜임새 있는 차례, 사건, 문장력이 없이는 독자에게 감흥을 줄 수 없다고 역설한다. 원작자 석천주인이 여주인공과 만나기 전에 정이 싹트는 것을 애당초 잘라 버렸어야 했는데, 방황 끝에나마 윤리적 규범에서 어긋나지 않으므로 마침내 파경(破鏡)을 불러오지 않음이 다행이라는 내용이다.
「석천주인자서」 역시 기미(機微)가 보이려 할 때 끊어 버려야지, 그렇지 못하면 마침내 스스로를 망치고 집안을 망치는 결과가 된다고 하면서, 세상 사람들을 경계할 뜻으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남화산인추서」에서는 사건이 절실하고 지극하기가 중국 원대의 희곡인 「서상기(西廂記)」 못지 않다고 하면서, 여주인공 순매를 중국의 미녀인 서시(西施) , 양 귀비(楊貴妃)에 빗대도 부끄러울 게 없다고 역설한다.
작품의 시간 배경으로 제시된 임자년간(壬子年間)은 1792년(정조 16)으로 추측해 볼 수 있고, 공간적 배경은 한양의 모 동이다. 남주인공은 일대의 재자(才子)이자 한량인 20대의 이생(李生)이며, 여주인공은 방씨(方氏)네 여종으로 절세 미녀인 17세 순매(舜梅)이다. 이 두 사람은 유부남, 유부녀이다.
본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생이 순매에게 반하여 그녀와 동침하고자 끊임없이 구애하고, 순매는 이생과의 만남을 수차례 번복함으로써 관계를 지연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1792년 봄부터 1794년 4월까지 둘 사이에 벌어지는 애정 갈등을 중매쟁이 노구(老嫗), 순매의 동생 순덕(舜德), 순매의 이모 간난(干鸞), 방씨네 여종 복련(福蓮), 순매의 술주정뱅이 남편을 끼워 넣어 재치 있게 엮어 나간다. 이생과 순매는 2년여 동안 겨우 9번 만나고, 9번째 만남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 후 헤어진다. 결말에 순매는 다섯 발짝에 한 번, 세 발짝에 두 번 뒤돌아 보면서도 정은 잊을 수 없으나 의(義)는 저버릴 수 없으니, 저승에서나 여운(餘韻)을 이루기가 소원이라고 하면서 주저 없이 일상으로 복귀한다.
중국의 어느 패설(稗說)보다도 조선의 것에, 옛 것보다는 자기가 살고 있는 현실에, 꾸밈이 많은 글보다는 세속적이며 촌스러울 망정 자세하고 곡진(曲盡)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점을 통해 우리 근세 문학 사조의 하나인 민족적인 자긍과 자아에 대한 각성을 확인하게 된다.
「절화기담」은 남녀 주인공이 본래적 욕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사고가 지배하게 된 조선 후기 서울의 통속적 세태를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19세기 서울의 유흥적이고 소비적인 문화적 토대 위에, 남녀의 정욕과 욕망의 분출을 인정하는 현세적 향락주의를 반영하고 있다.
19세기에 창작되었고, 불륜을 소재로 하며, 서울의 시정 세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로 「포의교집(布衣交集)」과 함께 논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