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전민요집(朝鮮口傳民謠集)』의 판형은 A5판이고, 전체 688면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 민요 자료집이며, 원 표제는 ‘언문조선구전민요집(諺文朝鮮口傳民謠集)’이다. 1933년 국내 출판업자들의 거절로 일본 동경 제일서방(第一書房)에서 발간하였고, 1945년 해방 후 영창서관에서 재판됐다.
서문에서 “민요는 벌거숭이로 자라는 야생아(野生兒)”, “민요는 조선 민족의 공동 시집이다. 몇천 년토록 쌓아 내려온 민족 정서의 축적, 이 속에 ‘조선의 마음’이 숨어 있음을 부정할 이가 있으랴.”라고 서술한 것에서 보듯, 이 책의 발간 동기가 저자의 민족애(民族愛)에서 비롯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총 2,375편의 민요를 수록하였다. 대부분 편자가 1929∼1930년 『매일신보(每日申報)』에 근무할 때 317명의 독자들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다. 자료의 분류 방법은 당시 행정 구역 단위에 따라 경기도 8개 지역, 충청북도 8개 지역, 충청남도 10개 지역, 전라북도 8개 지역, 전라남도 10개 지역, 경상북도 17개 지역, 경상남도 12개 지역, 황해도 15개 지역, 평안남도 7개 지역, 평안북도 9개 지역, 강원도 14개 지역, 함경남도 9개 지역, 함경북도 2개 지역 등 끝에 경기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잡(雜) 별로 보유(補遺)를 덧붙였다.
사설의 표기는 현지 발음에 충실하고자 하였고 사설 한 편 한 편마다 순서에 따라 일련번호를 붙였다. 제공자의 주소와 이름도 각각 밝혔으며, 동요(童謠)의 경우 부르는 동기를 간단하게 해설하였다. 책 말미에는 관사색인(冠詞索引)이라 하여 자료 각 편의 첫 어절을 가나다순으로 배열하여 활용하기 편하게 하였다.
『조선구전민요집』 소재 민요 중 동요(童謠) 자료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놀면서 하는 노래 중 동무들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가면서 하는 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동무동무 일천동무 자네 집에 어대인고 대추나무 아흔선대 우물있는 겹집일세(경북 영주, 251쪽)
위 인용문은 묻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일반적인 어깨동무 노래와 동일한 형태이다. 두 번째로 재미 삼아 하는 노래 중 한 편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가자가자 갓나무야 / 오자 오자 옻나무야 김치가지 꽃가지야 / 맨드라미 봉숭화야 까막까치 날아간다 / 금송아지 돌아온다(경북 영주, 251쪽)
위 인용문은 유희성을 강조하기 위해 음운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노래가 진행되었다.
세 번째로, 바라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비야 비야 오지마라 우리 아바 장에 가서 우리들께 주실나고 비단치마 사실네라 송낙같이 오는 비에 비단치마 얼룽진다(경남 밀양, 355쪽)
위 노래에서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는 자신의 비단 치마가 얼룩지기 때문이다. 기존 자료에서 노래되는 시집가는 언니의 비단 치마를 의도에 맞게 바꾸었다. 가창자의 사설 창조력이 돋보이는 각편이다.
마지막으로, 놀리는 노래는 아래와 같다.
영감아 꽂감아 죽지마라 방애품 팔아서 개떡해 주께(경북 김천, 200쪽)
위 노래는 늙은이 놀리는 노래로, 작중 대상에게 음식을 줄 테니, 죽지 말라고 노래하였다. 이 자료는 전체 놀리는 노래 중 조롱의 강도가 강한 편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소운(金素雲)의 본명은 김교중(金敎重)으로, 필명은 삼오당(三誤堂)이다. 1923년 『시대일보』에 시 「신조(信條)」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활동 분야는 상당히 다방면에 걸쳐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에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 소개한 것이다.
그는 이 저서들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일본인들에게 인식시키고자 했다. 민요 자료집은 『조선구전민요집(朝鮮口傳民謠集)』(1933), 『조선동요선(朝鮮童謠選)』(1933), 『조선민요집(朝鮮民謠集)』(1941)이 있고, 일본어 번역시집은 『유색(乳色)의 운(雲)』(1941)이 있으며, 한국의 시를 일본어로 번역한 『조선시집(朝鮮詩集)』(194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