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쪽, 세로 19㎝. 『조선민요집』은 한국의 민요가 외국어인 일본어로 번역되어 출판된 최초의 저작이다. 1933년에 김소운이 일본어로 펴낸 『언문조선구전민요집』(第一書房)의 자매편이다. 이 책을 내는 데에는 조선의 구전동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일본인 기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 1885∼1942)의 역할이 컸다.
『조선민요집』에 수록된 민요는 구전민요와 구전동요를 합하여 모두 152편이고, 지역별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책에 수록된 민요는 김소운이 독자적으로 채집한 것이 아니고 『매일신보』의 독자 제보와 자료집들에서 모아 전체적인 배열을 다시 한 것이다. 특징적인 민요도 있지만, 대부분 출처가 불분명하다. 김소운이 쓴 저작 동기와 해설을 보면, 이 민요집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학문적 통찰도 엿볼 수 있다. 또한 구전에서 보이는 율격의 맛은 사라졌지만, 원형을 크게 손상하지 않으면서 충실하게 번역하였다.
『조선민요집』의 의의는 첫째, 민요의 정의를 새롭게 했다는 점이다. 김소운은 전국을 대상으로 자료 조사를 하면서도 민요가 지니는 원형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둘째, 민요의 시가적 특징을 논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조선 선비들의 시조를 비롯한 고시가와 달리 구전되는 민요를 낮은 계층의 산물이라 하면서도 시가의 한 유형으로 적시한 것은 중요한 지적이다. 하층에서 전승되는 민요와 상층의 시가가 상호 관련이 있음을 조심스럽게 피력한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민요의 원천을 일본의 『만엽집(萬葉集)』에 둔 점도 각별하다.
셋째, 조선 민요의 변별적 자질이 무엇인지 해명하려고 한 점이다. 김소운은 조선 민요의 특질을 중국·한국·일본의 조형예술적 특질과 비교하여 논하면서 중국의 정서적 특질을 형(形), 일본의 정서적 형질을 색(色), 한국의 정서적 특질을 선(線)이라고 하였다. 그의 논의 자체는 주목할 만하지만 다카하시 도오루(高橋亨, 1878∼1967)의 견해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조선민요집』은 조선 민요 연구와 수집에 이정표를 제시한 주목할 만한 책이다. 비록 완전하게 정립된 견해는 아니지만 여러모로 연구사에서 의미를 환기하게 하는 저작임이 분명하다. 1933년에 간행한 『언문조선구전민요집』과 자매편의 성격을 지니며, 후대의 연구 업적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