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3책. 고활자체로 인쇄된 국한문 혼용체. 한지한장본(韓紙韓裝本). 갑오개혁 후 실시된 신교육제도에 의해 1895년 8월에 설립된 소학교용 교과서이다.
표제에 ‘대조선개국 504년 중추(大朝鮮開國五百四年仲秋)’라고 쓰여 있어 간행시기를 알 수 있다. 서술체재는 편년체로 전통적 서술방법을 따르고 있다. 각 권별 내용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에는 1권에 단군기(檀君紀)·기자기(箕子紀)·신라기(新羅紀), 2권에 고려기(高麗紀), 3권에 본조기(本朝紀)로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실제 1권 내용에는 단군기·기자기·삼한(三韓: 마한, 진한, 변한)·위만(衛滿)·4군(郡) 2부(府)·삼국(신라·고구려·백제) 등의 순서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위만·4군 2부는 삼한에 따르는 항목으로 서술하였고, 삼국은 신라·고구려·백제를 편년에 맞추어 혼합하여 서술하였다.
2권 고려기는 신라를 통합한 이후부터 시작하였으며, 그 이전 19년간은 신라기에 포함시켰다. 이와 같은 내용구성은 단군-기자-삼한으로 체계화된 조선 후기 이익(李瀷)·안정복(安鼎福) 등의 삼한정통론(三韓正統論)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삼국을 무정통(無正統)으로 하고 삼국을 통일한 신라통일기에서부터 신라의 말년까지를 정통으로 인식한 안정복의 주장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연대표시는 간지로 되어 있으나, 상단 여백에 조선의 개국을 기원으로 하는 연대를 함께 기록하였다. 그런데 이는 종래 중국의 연호를 사용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조선왕조를 중심으로 한 한국사의 주체성을 말하여주고 있다. 그리고 해당 국왕의 역년(曆年)을 간지와 함께 표시하였다.
3권의 본조기는 502년 계사(癸巳) 30년, 즉 고종 30년(1893)까지로 끝맺고 있다. 이 책은 근대교육이 전개되는 시점에서 국사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교과서일 뿐 아니라, 이 시기 최초의 한국사 통사(通史)라는 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