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지(知)와 통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식론·심성론상으로는 지(智)와 지(知)는 구별해 쓴다. 맹자(孟子)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지(智)”라 했고, 순자(荀子)는 “아는 소이(所以)가 사람에 있는 것이 지(知)이고, 지에 합하는 것이 있는 것을 지(智)라 한다.”고 하였다.
맹자에 의하면 지(智)는 시비를 판별하는 일종의 천부적 능력이며, 순자에 따르면 인식 능력인 지(知)로써 외물(外物)과 접해 인식된 지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통 유학에서는 지(智)를 앎의 근원(知之理)으로 본다. 주희(朱熹)는 지를 시비를 분별하는 도리라 했고, 조선조 유학자 한원진(韓元震)은 ‘별지리 심지각(別之理 心之覺)’이라고 주석하였다.
지(智)는 오성(五性), 즉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가운데 하나로서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성이다. 여기에는 정의(情意)·조작(造作)·계탁(計度)이 없는 적연부동(寂然不動)한 상태이다.
지의 속성은 건순(健順)으로 말하면 순에 속하고, 원형이정(元亨利貞 : 역학에서 말하는 천도의 네 원리, ‘원’은 봄, ‘형’은 여름, ‘이’는 가을, ‘정’은 겨울을 뜻함.)으로 말하면 정에 속하며, 음양으로 말하면 음에, 오행으로 말하면 물[水], 사계로 말하면 겨울[冬]에 속한다.
이로써 본다면, 지는 순하면서 곧고 고요하면서 냉정한 속성임을 알 수 있다. 김창협(金昌協)은 지(智)와 지(知)를 구별해 “지(智)는 지(知)가 갖추고 있는 이(理)이고, 지(知)는 지(智)를 담고 있는 그릇”이라 하고, “지(智)는 성(性)으로서 지극히 정미(精微)해 볼 수가 없는 것이고, 지(知)는 심(心)으로서 지극히 미묘해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한 지(智)가 아니면 지(知)는 근원이 없게 되고, 또 지(知)가 아니면 지(智)는 운용될 수가 없는 것이 지(智)와 지(知)의 구별이다. 이 둘은 서로 떨어질 수도 없고, 서로 섞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智)는 지(知)의 이(理)이고, 지(知)는 지(智)의 용(用)임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지(智)와 지(知)를 구별 없이 통용하고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엄격하게 구별해 사용하고 있다. 지식은 인식 작용의 결과로 얻은 앎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지식(知識)’이라 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지식(智識)’으로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