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은 공자가 주창한 천하국가를 다스리는 데 긴요한 아홉 가지를 설명한 문서이다. 첫째 몸을 닦을 것. 둘째 어진 이를 존경할 것. 셋째 친척을 사랑할 것. 넷째 대신을 공경할 것. 다섯째 여러 신하를 자신의 몸같이 보살필 것. 여섯째 백성을 제 자식처럼 대할 것. 일곱째 각 분야의 기능인을 모이게 할 것. 여덟째 먼 곳에서 온 사람을 관대히 대우할 것. 아홉째 제후를 위로하여 줄 것 등이다. 구경은 『대학』의 팔조목과 서로 표리를 이루어, 수기치인의 중요한 덕목으로 인식되었다.
첫째 몸을 닦을 것(修身), 둘째 어진 이를 존경할 것(尊賢), 셋째 친척을 사랑할 것(親親), 넷째 대신을 공경할 것(敬大臣), 다섯째 여러 신하를 자신의 몸같이 보살필 것(體群臣), 여섯째 백성을 제 자식처럼 대할 것(子庶民), 일곱째 각 분야의 기능인을 모이게 할 것(來百工), 여덟째 원방인(遠方人)을 관대히 대우할 것(柔遠人), 아홉째 제후를 위로하여줄 것(懷諸侯) 등이다.
이에 대해 공자는 몸을 닦으면 길[道]이 생기고, 어진 이를 존경하면 의혹되지 않고, 친척을 사랑하면 제부(諸父)와 형제가 원망하지 않고, 대신을 공경하면 현혹되지 않고, 여러 신하를 자신의 몸같이 보살피면 선비들이 예(禮)로써 보답함을 귀중하게 여기고, 백성을 제 자식처럼 사랑하면 백성들이 부지런하게 되고, 여러 기술자를 불러들이면 재용(財用)이 풍족하고, 먼 지방 사람을 관대히 대접하면 사방에서 민심을 얻으며, 제후를 위로하면 천하가 두려워하게 된다고 그 효과를 지적하였다.
구경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위엄 있게 몸가짐을 단정히 해서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음은 몸을 닦는 길이고, 모함하는 사람을 내치고 여색(女色)을 멀리하며 재화를 경시하고 덕행을 귀중히 여김은 현자(賢者)를 장려하는 길이며, 그 지위를 높여주고 봉록을 무겁게 해주며 좋고 싫음을 함께 하는 것은 친족끼리 친애함을 권장하는 길이고, 관직을 많이 두어 마음대로 부리게 함은 대신을 권장하는 길이며, 충심으로 신뢰하고 봉록을 무겁게 해 줌은 관인들을 장려하는 길이고, 시기에 알맞게 부리고 세금을 가볍게 거두어들임은 백성들을 권면하는 길이며, 날로 살피고 달마다 시험하여 급여를 성과에 맞게 함은 백공을 권면하는 길이고, 가는 이를 환송하고 오는 이를 환영하며 착한 이를 칭찬하고 능력이 모자라는 이를 가엾게 여김은 먼 지방 사람에게 관대히 하는 길이며, 끊어진 대(代: 世系)를 이어주고 폐(廢)한 나라를 일으켜주며, 조빙(朝聘)을 정기적으로 하는데 보내줄 때는 두터이 하고 올 때는 가벼이 함은 제후를 포용하는 길이다. 이들 구경은 『대학』의 팔조목(八條目)과 서로 표리를 이루어, 수기치인의 중요한 덕목으로 인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이언적(李彦迪)이 『중용구경연의(中庸九經衍義)』 17권과 『중용구경연의별집』 12권을 남겼는데, 그는 구경 가운데 ‘수신’을 가장 강조했다. 수신에는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성의정심(誠意正心)이 중요하다면서, 그 세목으로 호학(好學)·역행·지치(知恥)를 열거하였다. 『중용』과 『대학』을 상호 연관시켜 파악한 것이 특징적이다.
이이(李珥)는 건중건극(建中建極)이 위정(爲政)의 근본이며, 그것이 곧 ‘수신’이라 했다. 구경은 수신을 근본으로 하여 정치의 절목을 밝히고 있으므로 근본과 말단을 꿰고 있으며, 성(誠)을 축으로 한 ‘구경의 실현’을 통해 정치가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밖에도 김익동(金翊東)의 『구경도(九經圖)』, 송상천(宋相天)의 『구경장도(九經章圖)』가 구경의 규모와 상호연관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한말의 유학자 이인재(李寅梓)는 구경에 근거해 성현들의 말을 인용하고 당시의 시국을 참조해 『구경연』을 지었다. 이 책에서 그는 구경의 의의와 중국 위정자들의 성공 사례, 그리고 정치적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나서, 고종에게 경계하고 힘써야 할 일과 버리고 취하여야 할 일, 먼저 하고 뒤에 해야 할 일 등을 조리 있게 부연했다. 천하 국가의 근본이 왕 한 사람에게 있으니, 왕의 몸이 닦아진 뒤에야 천하 국가의 일이 다스려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존현·친친·경대신·체군신·자서민·내백공·유원인·회제후 등도 수신이 안 된 상태에서는 형식에 불과할 뿐 실행에 공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여, 전통적 논법을 그대로 따랐다.
그에 의하면, 『대학』의 팔조목은 처음 배우는 사람의 기초이므로 격물치지라는 지적 문제에서 출발하는 데 비해, 『중용』의 구경은 인군(人君)의 위정하는 상도(常道)이므로 수신이라는 실천적 문제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수신은 지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기에 공자는 구경을 말하기 전에 호학을 먼저 언급했고, 실천[行]은 진실무망(眞實無妄)해야 하므로 구경을 열거하고 나서 성실을 부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