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책. 필사본. 서문·발문 기타 일체의 서지사항이 없다. 제1책에는 「궁전록(窮前錄)」, 제2책에는 「궁후록(窮後錄)」이라는 부제가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에 있다.
「궁전록」은 1776년(정조 즉위년) 실각하기 이전의 유복한 때 지은 시 350여 수를 수록한 것이며, 「궁후록」은 1776년 관작을 삭탈당하고 평해·공주 등지로 유배된 이후의 불우한 말년에 지은 시 300여 수를 수록한 것이다.
시는 오언율시와 칠언율시가 대부분이며, 다수의 배율과 소수의 절구·고시(古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내용면에서는 일상생활과 관직생활 중의 여러 가지 사실, 동료·친구들과의 수작, 여행 중의 자연풍물·고적관광·행사참관, 기타 자신의 행적과 감회를 읊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제작연대순으로 수록되어 있어 작가의 일생편력을 종람(綜覽)할 수 있다. 서사적 내용이 많은 까닭으로 번호를 붙인 연시가 많으며, 한 때 한 곳에서 여러 사물을 읊은, 제목만 다른 시들이 무리를 지어 있다.
시어는 평이하고 꾸밈이 없으며 유창하고 거침 없이 흐르나 형식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는 평이 있다. 저자는 명문의 후예이며 영조 때 영의정을 역임한 대신이므로 이 시집을 통하여 상류층 문인관료들의 생활·의식·정서 등을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