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승려였던 진허팔관의 시문집으로서, 87편의 시와 8편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1786년에 쓴 김정중(金正中)의 서문에 의하면, 진허가 입적한 뒤 4년 후에 제자인 보철(普喆)이 서문을 부탁했다고 한다. 청룡사에서 개간(開刊)한 뒤 은적사(隱寂寺)에 이진(移鎭)하였다.
2권 1책. 목판본. 1786년에 평안도 안주의 청룡사(靑龍寺)에서 간행되었다. 『한국불교전서』 제10책에 수록되어 있다.
진허 팔관은 주로 평안도 지방에 거주하였으며, 청허 휴정(淸虛休靜)에서 상월 새봉(霜月璽葑)으로 이어지는 법맥을 계승하였다. 저술로 『삼문직지(三門直指)』가 전한다. 『진허집(振虛集)』은 권1에 오언절구 39편·오언율시 15편·칠언절구 11편·칠언율시 22편이 실려 있고, 권2에는 소(疏) 2편·행장 1편·서문 1편·기문 2편·상량문 1편·부물모양문(裒物貌樣文) 1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에는 진솔한 인간미를 보여주는 것이 많은데, 「두우(杜宇)」는 봄날 밤 소쩍새 소리에 문득 이는 고향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병중술회(病中述懷)」에서는 속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선가(禪家)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유자(儒者)에게 보낸 시도 많은데, 채제공(蔡濟恭, 1720∼1799)에게 보낸 「근차채번암상국(謹次蔡樊巖相國)」 등이 남아 있다. 진허는 당시 평안도 관찰사였던 채제공과 교유하였는데, 1775년(영조 51)에 학질이 유행할 때 채제공의 초청으로 평양에서 무차법회(無遮法會)를 열기도 하였다.
또 승려들과 교유한 시도 많은데, 스승인 상월 새봉에게 보낸 「근차상월노십팔사운(謹次霜月老十八寺韻)」이라는 칠언율시가 남아 있으며, 「상상월화상병서(上霜月和尙并序)」도 남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행장으로서 「벽허당대사행적(碧虛堂大師行跡)」이 있는데, 벽허당대사는 벽허 원조(碧虛圓照)를 가리킨다. 벽허 원조는 상월 새봉과 같이 설암 추붕(雪巖秋鵬)의 제자이다. 또 연담 유일(蓮潭有一, 1720~1799)에게 보낸 「화연담운(和蓮潭韻)」이라는 오언절구도 남아 있는데, 이 시에서 진허는 “법운산(法雲山)의 상월 새봉의 강석(講席)에서 같이 공부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소(疏)로서 「희원동지예수대례주별소(熈圓同知預修大禮晝別疏)」·「평양천변수륙소(平壞川邊水陸疏)」가 있고, 기(記)로서 「함종검암산쌍룡사성전신건기(咸從劍巖山雙龍寺聖殿新建記)」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시는 대체로 구성과 내용이 평이한 편이지만, 탈속한 수행자의 선미(禪味)와 인간적인 서정성을 겸비하고 있어 문학적 가치가 높다. 또한 산문 중에는 당시 평안도에 있던 사찰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많아 자료적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