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역』 중 상편(上篇)이라고 할 수 있는 「십오일언(十五一言)」에는 “하늘과 땅의 합덕이 바로 해와 달이다(天地之合德日月).”라는 구절이 있고, “해와 달의 공덕은 하늘과 땅이 나누어진 것(日月之德 天地之分)”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는 천지와 일월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역(易)은 역(曆)이므로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의 역(易)이 다를 경우 당연히 역(曆)도 다르게 된다. 그런데 선천·후천의 모든 역(曆)에는 모체가 되는 원역수(原曆數)가 존재한다.
원역수란 천지일월(天地日月) 사상(四象)의 기본체위도수(基本體位度數)를 159도(度)로 상정하고, 여기에 일원추연수(一元推衍數) 216도를 더한 375도를 가리키며, 이것이 바로 일부지기(一夫之朞)이다. 일부에 의하면 선천개벽과 후천개벽 모두가 이 375도의 원역수 내에서 이루어진다.
선천개벽이란 제요지기(帝堯之朞)인 366일에서 제순지기(帝舜之朞)인 365일과 4분의 1일로 기수(朞數)가 변한 것을 일컫는다. 후천개벽은 일부지기인 375도에서 공자지기(孔子之朞)인 360도 정역(正曆)으로 기수가 변화되는 것을 나타내며, 1년 기수 중에서 15도가 귀공(歸空)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선천개벽은 1년 기수 중에서 9시간이 귀공되는 것으로 날[日]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며, 후천개벽은 15도(실제로는 14일 3시간)가 귀공되는 것으로 달[月]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선천개벽은 우주의 생장(生長)을 위한 개벽으로서 그 자체 내에 모순과 위기가 내재되어 있어 천경지위(天傾地危)의 3,000년 역사를 예고할 뿐이다.
이에 반하여 후천개벽은 우주의 완성을 위한 개벽으로서 천지일월의 합덕(合德)과 음양이 완전히 조화를 이루고 일치되는 이상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