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34.0㎝.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국립박물관 소장. 풍만하게 벌어진 동체(胴體)에 쭉 뻗은 긴목과 나팔처럼 벌어진 입을 지닌 병으로 몸체 전면을 8줄의 홈으로 돌려 과형(瓜形)처럼 나타내었다.
굽다리가 넓고 낮아 풍만한 몸체와 함께 안정감을 주는 고려 후기의 일반적인 병으로, 8개의 면마다 흑백상감(黑白象嵌)기법으로 국화꽃과 줄기를 장식했다. 병의 목 부분에는 작은 국화꽃을 배치하고 동체 부분에는 좌우로 엇갈려 피어난 국화꽃을 배치했다.
전면에 담녹색의 유약을 시유하여 광택이 있으며, 유약이 두껍게 고인 곳은 녹청색이 짙다. 굽 안 바닥은 유(釉)를 훑어내고 모래를 받쳐 구운 흔적이 나있으며, 동체(胴體)가 풍만한 것이 특징이다.
14세기에 만든 고려청자는 이전보다 도식화(圖式化)된 문양이 증가한다. 이 병을 상감기법으로 장식한 국화문(菊花文)이 이러한 사례에 속한다. 또한 병의 동체 하부(下部)가 풍만해져 안정감 있는 형태로 바뀌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부안 유천리(扶安 柳川里) 청자가마터에서 출토된 청자편 중에 이 작품과 닮은 병편(甁片)이 있어 제작지를 추정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