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 13대종사(大宗師) 중 제10종사이다. 성은 김씨(金氏). 본관은 흥양(興陽). 호는 호암(虎巖). 16세에 출가하여 지안(志安)의 법을 전수받고 영남의 명찰인 통도사와 해인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후학들을 지도하였는데, 늘 법(法)을 구하는 제자들이 수백 명씩 운집하였다.
만년에는 대중들을 보내고 오직 선정(禪定)에만 들어 관심(觀心)을 닦다가, 금강산표훈사(表訓寺)의 내원통암(內圓通庵)에서 “법을 강의함에는 많은 착오가 있는 것, 서쪽을 가리키며 동쪽이라 부르네. 이 아침에 크게 웃고 돌아가니, 풍악은 뭇 향기 가운데 있네(講說多差失 指西喚作東 今朝大笑去 楓嶽衆香中).”라는 임종게(臨終偈)를 남기고 입적하였다.
남다른 신이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다. 어느 날 집에 화재가 나서 사방이 불에 타고 있었는데 아무도 그를 끌어낼 수도 뛰어나올 수도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한 군데도 상한 곳이 없었다 한다.
법맥상의 위치에서 볼 때 지안의 의발(衣鉢)을 전해받고 휴정(休靜)의 법(法)을 지킨 점과, 문하에서 유일(有一)·상언(尙彦) 등의 고승들이 배출된 점은 매우 주목된다. 법맥은 휴정―언기(彦機)―세찰(世察)―설제(雪霽)―지안―체정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