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2책. 필사본. 미정리 상태인 초고본이며, ‘남정록(南征錄)’이라는 내제(內題) 하에 상·하로 구분되어 있는데, 상·하가 똑같이 별개의 문집 형태를 갖추고 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남정록 상에는 시 285수, 찬(贊) 7편, 설(說) 2편, 발(跋) 2편, 서(序) 3편, 서(書)·문(文)·명(銘) 각 1편, 남정록 하에는 시 187수, 서(序) 5편, 문 1편, 기(記) 4편, 후서(後敍) 2편, 명 2편, 서(書) 5편, 잡저 2편, 상량문 1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시에는 초연하고 탈속적인 생활을 동경하던 저자의 의취가 잘 나타나 있고, 시의(詩意)가 높고 청아해 각 체의 격식이 고루 갖추어져 있다. 「견민(遣悶)」 10수와 「견한(遣閒)」 12수는 청고한 뜻이 무한한 창공을 날아 인간 세계를 벗어나려는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면서 스스로 만족해 하는 내용이다.
한편 「사가(思家)」 7수에서는 객지에서 문득 집을 생각하며, 그리움을 읊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기도 한다. 「화훼잡시(花卉雜詩)」 20수는 꽃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그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며, 「신월암(新月菴)」·「명적암(明寂菴)」은 절 주위의 경치를 잘 묘사한 것이다.
설의 「해다설(海茶說)」은 해양 지방의 옥천(玉川)에서 나는 차〔茶〕의 종류와 용도, 채집 시기에 따른 맛과 향기의 차이 등을 밝힌 것이다. 「대둔사모연문(大芚寺募緣文)」은 대둔사를 지으면서 모연하는 글로, 불사(佛事)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경사가 많다는 고사를 인용, 선한 일을 하면 보은은 그 자손에 이어진다고 강조하였다.
「승예문답(蠅蚋問答)」은 파리와 구더기의 문답에 비유해 학문을 논한 것으로, 저자의 성리(性理)에 대한 견해를 살필 수 있다. 서(書) 가운데 「답이생일찬서(答李生日贊書)」는 학문에 대해 질의해 온 젊은 제자에게 답한 것이다.
심성(心性)과 이기(理氣)에 관해 장자(莊子)·열자(列子)·순자(荀子)·양자(楊子)·왕수인(王守仁)·육구연(陸九淵) 등의 설을 광범위하게 인용, 그 시(是)와 비(非)를 조리 있게 설명하였다. 그 밖에도 「호의선탑명(縞衣禪塔銘)」과 「구주학당기(具州學堂記)」 등의 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