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적이 손숙돈(孫叔暾)과 조한보(曹漢輔)에게 태극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일이 있는데, 그의 손자 이준(李浚)이 이것을 이황(李滉)에게 질정을 구해 이황의 찬탄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 뒤 이황의 문인인 정구에게 비평을 청하자, 정구는 이 글이 태극에 대한 학설로는 진수가 된다고 확신하고, 여기에 주돈이의 『태극도설』과 주희가 육구소(陸九韶)·육구연(陸九淵) 형제와 주고받은 서찰을 첨가해 이 책을 간행한 것이다.
초간본은 화산부(花山府)에서 나오고 중간본은 옥산서원(玉山書院)에서 나왔으나, 약간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이 책은 그것을 보충하고 체재를 바꾸어 개간한 것이다. 첫머리에 이정구(李廷龜)의 서문, 권말에 초간자인 김지남(金止男)과 장현광(張顯光)의 발문과 후지, 고정십일칙(考訂十一則)이 있다.
2권 1책. 목판본. 규장각 도서·장서각 도서·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있다.
권수는 태극문변목록·주자태극도, 권상은 답육자미구소서(答陸子美九韶書) 2편, 여주원회서(與朱元晦書)·답육자정구연서(答陸子靜九淵書) 각 1편, 권하는 서망재망기당무극태극설후(書忘齋忘機堂無極太極說後)·답망기당제일서(答忘機堂第一書)·답망기당제이서·답망기당제삼서·답망기당제사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수는 주돈이의 학설, 권상은 주희와 육구소 형제간의 왕복 서한, 권하는 이언적·손숙돈·조한보 사이의 왕복 서간을 수록해 태극설에 대한 맥락을 분명히 하였다.
이 논변의 주요 부분은, 주돈이가 『태극도설』에서 말한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을 육구소·육구연 형제가 유가의 정통이 아니고 노자(老子)의 학설에서 따온 것이라고 반박한 데서부터 비롯된다. 육구소·육구연 형제는 이 글이 『태극도설』과는 부합되지 않음을 지적해 이것이 주돈이의 설이 아닌 타인의 설임을 강조하면서, 주희가 주석한 내용을 포함시켜 공격하였다.
조한보와 손숙돈이 육구소·육구연 형제와 견해가 비슷한 것에 대한 이언적의 해명이 돋보인다. 이 책의 간행으로 태극설의 체재가 주돈이―주희―이언적으로 이어져 이 학설이 정통임이 밝혀지고, 반면에 육구소·육구연 형제와 손숙돈·조한보의 학설은 이단으로 폄억(貶抑)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