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나 별에게 바치는 신앙과 함께 이른바 천체숭배를 형성한다. 태양숭배의 연원은 그 광명과 그 창조적 생산력에 대한 경외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민속적인 생활일반, 주술, 신앙 등에 걸쳐서 널리 관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속신앙은 물론이고 일부 신흥종교에 이르기까지 관찰될 수 있는 태양숭배는 그 발상을 역시 상고대신화에서 살필 수 있다.
이 경우, 대표적인 자료로서는 ≪삼국유사≫에 실린 혁거세신화(赫居世神話)·김알지신화(金閼智神話), 그리고 부여의 해모수(解慕漱)에 관한 신화를 들 수 있으나 달리 연오랑(延烏郎)·세오녀(細烏女)에 관한 신화적인 전설도 들 수가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혁거세를 두고 분명하게 ‘광명이세(光明理世)’, 곧 세상을 빛과 밝음으로써 다스린다고 하였지만, 이를 단적으로 ‘세상을 밝히는 빛살’로 읽을 가능성을 놓칠 수는 없다.
더욱이, 혁거세의 국어 읽기의 음인 ‘불거내’에서 ‘불거’는 현대국어 ‘밝음’과 그리고 ‘내’는 현대국어 ‘누리’와 그 으뜸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세상빛 그 자체로서의 혁거세의 모습이 더욱 더 뚜렷해진다.
이같이 혁거세가 세상빛으로서 지니고 있는 신격의 근원을 태양에서 찾음으로써 혁거세에 의해서 태양숭상이 구체화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게 된다.
한편, 해모수는 그가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아침에 지상으로 내려와 장사를 보살피고 저녁에는 다시 하늘로 되돌아갔다고 전해짐으로써 그의 거동이 하루 동안의 태양의 운행과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천신을 겸해서 태양신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음을 시사하여 준다.
그런가 하면 김알지가 황금빛 찬연한 원형의 알에서 탄생하였음을 고려함으로써 그에게도 태양숭배의 자국을 지적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상고대 왕권과 관련되어서 태양숭배가 지적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로 해서 자연스럽게 왕권과 태양의 일치를, 그리고 태양의 초월적인 신격으로서 갖추고 있을 절대적 권능을 더불어서 지적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태양이 직접 최고신으로서 숭앙을 받는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연오랑·세오녀 부부는 ‘일월의 정’이라고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일월지정(日月之情)’의 신체를 모신 사당이 있었고 아울러 그곳에서 제천(祭天)하였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서, 신라에 의인화된 태양신의 존재가 있었을 것으로 유추하게 된다.
이와 함께 연오랑·세오녀처럼 일본에 건너가서 신격화된 이른바 ‘천일창(天日槍)’의 사례가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여러 보기들 이외에도 유화(柳花)가 주몽(朱蒙)을 잉태하게 되는 과정에서 햇살이 비쳐줌으로써 수호하였다는 대목까지 보기로 들면 상고대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을 태양숭배에 관해서 말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가령 고구려 쌍영총(雙楹塚)과 같이 천문도가 벽화로 그려져 있는 경우, 일월도가 있음으로써 고구려사회에 있었을 태양숭배에 대해서 시사해주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달이 두꺼비와 함께, 그리고 해가 까마귀와 또는 세발 새와 함께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문화의 영향이 있었음을 밝혀두어야 할 것이다.
그밖에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례로는 환문총(環紋塚)에 그려져 있는 붉은빛·자줏빛·노란빛 등으로 묘사된 여러 동심원을 지적함으로써, 그것들을 태양의 형상이라는 가정 아래서 또 다른 태양숭배의 양상을 들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가령 고령지방의 이른바 ‘알터’ 암벽화에 새겨 넣어진 원형도형이 고구려 벽화의 사례에 준할 것인지 어떤지에 관하여 신중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구술민간전승 가운데서 널리 알려져 있는 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소재로 하여서 태양숭앙의 다른 일면을 알아볼 수 있다.
동화의 성격을 우세하게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창조신화의 자취를 다분히 함축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이른바 ‘해 누이와 달 오라비 이야기’에 속하는 것으로 에스키모 및 일부 미국원주민들에게 전승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를 여성에, 그리고 달을 남성에 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제주의 <천지왕본풀이>는 원래 둘이던 태양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열의 과잉상태를 신이 등장함으로써 비로소 정리하게 된다는 특수한 주지를 보여주고 있다.
무속신앙에서 태양숭배는 무당굿 절차에 ‘일월(도)맞이’가 있는 것을 지적할 수 있지만, 제주무속에서는 가문수호신인 조상신을 아예 ‘일월조상’이라고 부름으로써 일월과 같은 조상 내지 일월인 조상 혹은 조상인 일월과 같은 관념의 추출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민속신앙 혹은 주술에서는 천지신명과 나란히 일월성신의 신격을 숭상하는 보기 이외에도 아침햇살이 떠오르는 것과 함께 해가 비치는 방향으로 아기를 바라보게 하고는 눈에서 삼을 내리는 의료주술을 전형적인 보기로 들 수가 있다.
아니면 아기 잉태 및 탄생에 관련된 이른바 ‘태몽’에서 태양이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는 사례도 들 수 있다.
또한, 원삼국시대의 일부 신라의 무덤과 동네 및 가옥방위에서 정남방이 가장 이상적인 향으로 선택되고 있음도 태양숭배의 또 다른 모습으로 간주될 만할 것이다. 신흥종교에서는 가령 증산교(甑山敎)의 교조 강일순(姜一淳)의 신상 그림에 칠성을 비롯한 천문도와 함께 해와 달이 그려 넣어져 있음을 쉽게 지적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