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읖’이라 읽는다. 국어의 자음 가운데 목젖으로 콧길을 막고 위아래 입술로 입을 다물었다가 날숨을 거세게 내뿜으면서 목청을 울리지 않고 내는 유기양순파열음(有氣兩脣破裂音)을 적는 데 쓰인다.
『훈민정음』 해례본 본문에서는 이 소리를 “ㅍ은 입술소리니 표(漂)자의 처음 나는 소리와 같다(ㅍ脣音如漂字初發聲).”라고 설명하였고, 『훈민정음』 국역본에서는 “ㅍᄂᆞᆫ 입시울쏘리니 漂표ᇢ○字ᄍᆞᆼ처ᅀᅥᆷ 펴아나ᄂᆞᆫ 소리 ᄀᆞᄐᆞ니라.”라고 하여 ‘漂’자의 한자음을 가지고 음가를 설명하였다.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에서는 순음의 차청(次淸)에 소속시켜 이 음이 유기양순파열음임을 보였다.
‘ㅍ’음은 국어의 초성과 종성(받침)에 두루 쓰이나, 음절의 종성으로 쓰일 경우에는 다물었던 두 입술이 열리지 않는 상태로 끝나서 ‘ㅂ’음과 같아진다. 훈민정음 창제 때에는 ‘ㅍ’음이 ‘ㅂ’음보다 세게〔厲〕 난다고 하여 ‘ㅂ’자에 획을 더하여 ‘ㅍ’자를 만들었다(가획의 원리).
‘ㅍ’자의 이름은 한글의 이름을 처음 보인 『훈몽자회』 (1527) 범례의 ‘초성독용팔자(初聲獨用八字)’란에 ‘ㅍ 皮’라고 되어 있었으나 국문연구소(國文硏究所)「국문연구의정안(國文硏究議定案)」(1909)에서 ‘피읖’이라 정하였고,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 통일안」(1933)에서도 ‘피읖’이라 정하여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자모의 순서를 훈민정음 창제 때에는 아음(牙音)부터 아(牙)·설(舌)·순(脣)·치(齒)·후음(喉音) 등 조음위치 순으로 하여 ‘ㅍ’자가 ‘ㄱ’자로부터 열한번째였으나, 『삼운성휘(三韻聲彙)』(1737)에 실려 있는 ‘언자초중종성지도(諺字初中終聲之圖)’에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ㅌ ㅋ ㅍ ㅎ과 같이 되어 있고, 현행 한글맞춤법에서도 열세번째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