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림』은 총 89종의 야사(野史)를 수록한 책이다. 『계갑록(癸甲錄)』과 『기재잡기(寄齋雜記)』 제4권 · 제5권 첫머리에 ‘대동패림(大東稗林)’이라는 기록이 있어서 『패림』을 『대동패림』으로 혼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패림』은 일본 세이카도 문고[靜嘉堂文庫]에 소장되어 있는 『대동패림』과는 전혀 다른 책이다.
그렇지만 『패림』 편찬에 『대동패림』의 영향력은 컸다. 『패림』은 『대동패림』과 마찬가지로 정조에서부터 철종까지의 기사가 총서 전체의 40%를 차지한다는 점, 『대동패림』에 실린 문헌 53종 가운데 44종을 거의 재수록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그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패림』과 『대동패림』 모두 김려(金鑢)의 『광사(廣史)』를 모본(模本)으로 삼았다는 주장도 있다.
『패림』에 철종에 이르는 열조(列朝) 기사가 실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의 편찬 시기는 1860년대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편자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심노숭(沈魯崇) 집안과 친분이 두터운 경기 지역 노론(老論) 명문가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다.
1책에서부터 4책까지는 『정조기사』, 『순조기사』, 『헌종기사』, 『철종기사』가 실렸다. 5책의 『소문쇄록(謏聞鎖錄)』에서부터 10책의 『수서잡지(修書雜志)』까지 시대순으로 총 91종이 나란히 실렸다. 다른 어떤 야사집보다 많은 자료를 수록했다고 할 만하다. 또한 『패림』에는 이전의 『한고관외사』나 『대동패림』에 수록된 이야기를 수록하면서도 이들 책에 없는 새로운 작품들도 더했다.
『패림』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다른 야사집에서는 볼 수 없는 책들이 있다. 『농수유고초(農叟遺稿抄)』, 『수문록(隨聞錄)』, 『수서잡지(修書雜誌)』, 『순조기사(純祖記事)』, 『신임기년제요(辛壬紀年提要)』, 『안가노안(安家奴案)』, 『유재일기(留齋日記)』, 『철종기사(哲宗記事)』, 『헌종기사(憲宗記事)』, 이본 『정종기사(正宗記事)』, 이본 『순조기사』가 그러하다. ② 『패림』과 『대동패림』에는 실렸지만, 다른 야사집에서 볼 수 없는 책들도 있다. 『갑인록(甲寅錄)』, 『기축옥안(己丑獄案)』, 『나김왕복(羅金往復)』, 『동각산록(東閣散錄)』, 『양파연기(陽坡年記)』, 『지촌답문(芝村答問)』 등이 그러하다. ③ 『패림』에 수록된 야사집은 완본에 가까운 것이 많다. ④ 『정종기사』, 『순조기사』, 『헌종기사』, 『철종기사』 등 몇 책을 제외하면 본문의 상란 또는 그 끝에 주(註)가 달려 있는 것이 많다.
다른 야사집에 편찬된 책이 『패림』에 재수록된 것은 모두 67종이다. 이 중 『대동야승(大東野乘)』과 겹치는 것은 26종이고, 『한고관외사』와는 42종, 『대동패림』과는 44종이 겹친다. 상대적으로 『대동야승』과는 관련성이 낮은 반면 『대동패림』과는 관련성이 높다.
『패림』은 이전의 야사 총서인 『대동야승』, 『한고관외사』, 『대동패림』 등처럼 1819세기 야사 열독 및 야사 정리 열기에서 형성된 총서의 하나로, 이들과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특히 『대동패림』과 『패림』은 이전과 달리 1819세기 정치사와 관련한 야사의 비중을 높인 야사 총서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다른 야사집들이 17세기 이전 야사에 주목한 반면, 조선 후기 야사에 집중한 것이 『패림』이 확장되는 가장 큰 동인이 되었다. 특히 당론과 당쟁사 관련 야사가 높다. 그 외에 일상이나 문학 관련 기사는 별도로 분화되어 향유되었다. 당시 역사와 문학의 경계를 좀 더 확고히 하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