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월 15일 광복29주년 경축사에서 선언한 ‘평화통일 3대 기본원칙’의 내용은 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➁ 상호 문호를 개방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남북대화를 성실히 진행하고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을 이루어야 한다. ➂ 이 바탕 위에서 공정한 선거관리와 감시 하에 토착인구 비례에 의한 남북한 자유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이 3대 기본원칙은 1970년 「평화통일 구상」 선언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측이 그동안 제의해 온 것을 집대성 한 것으로서, 한국정부가 단계론적 기능주의에 입각하여 통일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히고 있다. 즉, ➀ 평화정착, ➁ 교류협력을 통한 신뢰회복 ➂ 자유총선거에 의한 통일이 그것이다. 이러한 ‘선 평화, 후 통일’의 접근방식은 이후 한국정부 통일방안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당시 북한은 진행되어 오던 남북대화를 중단하고 각종 군사도발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켜 나갔다. 북한은 북방한계선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서해5도 부근 수역에서 분쟁을 야기하는가하면, 공해상에 조업하던 우리 어선을 격침 나포하기도 했다. 한편 1973년 파리 평화협정 후 베트남의 공산화 통일이 내다보이는 가운데 북한은 1974년 3월 미국에 대해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의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등 한반도의 안보와 관련한 불가측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최후선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구체적인 정책이 바로 「평화통일 3대 기본원칙」의 제시이다. 한국측은 이 3대 기본원칙을 통해 남북 간에 통일과정을 밟아나가기 위해서는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함 비정치 분야의 교류협력이 우선이라는 것을 명백히 했는데, 이로부터 북한이 그동안 ‘남조선 혁명론’과 연계하여 취해온 정치·군사문제 우선 해결이라는 입장과 분명한 차이를 이루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3대 기본원칙에서 그동안 한국정부가 견지해온 ‘유엔 감시 하’의 총선거가 아니라 ‘공정한 선거관리와 감시 하’의 총선거라고 함으로써 통일문제에 유엔 개입을 당연시 해오던 것에서 벗어나 민족 내부적 성격을 강화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6·23선언」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