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하나하나가 어떠한 음(音)의 단위를 대표하는 표음문자(表音文字)와는 달리 글자 하나가 의미의 단위인 형태소 하나씩을, 더 정확히 말하면 그 형태소(및 단어)의 의미를 대표하는 문자체계를 일컫는다. 가장 대표적인 표의문자로는 한자를 들 수 있다. ‘衣, 木, 東, 學, 不’ 등은 각각 어떠한 의미를 대표하는 글자들이어서 한글의 ‘ㄱ, ㅂ, ㅗ’ 등이 단순히 어떠한 음을 대표하기 위한 글자들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능을 가진다.
‘표의문자’라는 용어를 의미만을 대표하는 문자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하여 부적절한 용어로 규정하는 학자도 있다. 사실 표의문자는 의미만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어느 글자나 일정한 음도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표의문자는 역시 음보다는 의미를 대표하는 것을 그 주된 임무로 한다. 가령 ‘木’이라는 글자가 나타내는 음이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하여도 이 글자의 모양이 바뀌지는 않는다. 가령 〔목〕이라 읽히든 〔모〕로 읽히든 심지어 〔복〕으로 읽히든 그 이유로 글자의 모양이 바뀌지는 않는다. ‘木’은 발음도 가지고 있지만 그 음을 대표하는 일은 부차적이기 때문이다. ‘나무’라는 의미를 나타내 주는 일을 그 주된 임무로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표의문자’라는 용어는 이 문자의, 표음문자와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적절한 용어라 할만하다.
표의문자는 문자의 발달과정으로 보면 표음문자보다 앞선다. 인류 최초의 문자들인 수메르문자나 이집트문자들은 으레 표의문자였던 것이다. 어떠한 사물 하나를 형상화하여 글자 하나씩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곧 하나의 개념을 대표하는 글자였으므로 표의문자였던 것이다. 이때의 개념은 곧 단어의 개념이었다. 따라서, 표의문자를 단어문자(單語文字)라 부르는 일도 흔하다. 물론 한자와 같이 복잡한 언어 전부를 표기할 정도로 발달한 표의문자 중에는 단어가 아닌 접사(接辭) 종류를 나타내는 글자도 포함되기 때문에 표의문자와 단어문자가 완전히 일치하는 개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표의문자와 단어문자는 서로 뒤바뀌며 쓰일 수 있는 용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강조점이 달라, 가령 표음문자와 대비하여 ‘이것은 표음문자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표의문자의 효능’이라고 할 때의 ‘표의문자’는 ‘단어문자’라는 용어보다 적절한 기능을 발휘한다. 적어도 표음문자라는 용어가 음절문자나 음소문자라는 용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유용한 만큼 표의문자라는 용어도 적절히 유용하게 쓰일 용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