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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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어진 언어표현이 나타나는 부분과 연관이 되는 언어적인 맥락.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문맥은 어떤 주어진 언어 표현이 나타나는 부분과 연관이 되는 언어적인 맥락이다. 화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낱말의 미묘한 의미 차이를 드러나게 한다. ‘이것, 그, 자기’와 같은 표현들이 가리키는 지시 대상을 찾을 수 있게 한다. 문맥(언어내적인 맥락)이나 발화 상황(언어 외적인 맥락)은 언어 표현이 가지는 중의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어의 의미를 언어 사용의 맥락 속에서 파악하려는 연구 분야가 화용론이다. 최근 의미론·화용론 연구자들은 언어표현의 의미해석과 관련된 모든 언어외적인 맥락조차 언어표현인 문장으로 표시하여 언어이론 안에서 다루고자 한다.

목차
정의
어떤 주어진 언어표현이 나타나는 부분과 연관이 되는 언어적인 맥락.
내용

때로 화맥(話脈)이라 불리기도 한다. 낱말의 의미를 논할 때, 그 낱말이 어떤 문장 안에서 어떤 구실로 쓰였는가를 보아야 비로소 그 낱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고 하여 문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낱말은 그래도 독자적인 의미를 각각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이 있다.

사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각 낱말이 어느 정도 정의 가능한 뜻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는지 모르지만, 한편 의미의 미묘한 차이를 분명히 보기 위해서는 항시 같은 낱말을 다른 문맥에 넣어보는 시험을 거치게 마련이다. 언어분석의 중요한 단위를 문장으로 보는 변형생성문법(變形生成文法) 등 문장 문법에서는 문맥의 범위를 대체로 단문(單文)이든 복문(複文)이든 하나의 문장으로 잡으나, 문장의 단위를 뛰어넘어 담화 전체를 분석의 단위로 삼는 담화문법(談話文法)에서는 문맥의 범위를 문장단위를 넘어서는 담화의 부분으로 잡으려는 경향이 있다.

언어표현은 흔히 중의성(重義性)을 지니게 되어 문맥을 떠나서는 어떤 뜻으로 썼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언어내적인 맥락, 즉 문맥이나 언어외적인 맥락, 즉 발화상황이 중의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를테면, “저 다리는 아름답다.”라고만 하면 어떠한 다리를 뜻하는지 모르나 말하는 이가 동작대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다리는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맥락에서는 그 뜻이 분명해진다.

문맥의 범위와 관련하여 다음 예를 보자. ① 영수는 자기를 미워한다. ② 영수는 그를 미워한다. 문장 ①에서 ‘자기’는 그 문장 안의 영수를 가리키게 되나, 문장 ②의 ‘그’는 영수를 가리킬 수 없고, 그 앞의 문맥, 예컨대 “영수는 철호를 이해할 수가 없다.”와 같은 문장에서 선행사를 찾아야 하고 때로는 언어외적 맥락에서 그 지시대상을 찾게 되므로, 주어진 문장 안의 요소의 의미해석이 그 문장만의 문맥에서 모두 해결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예를 들어, “나는 대통령이다.”라는 말은 누가 언제 한 말이냐에 따라, 즉 발화상황에서의 ‘나’의 지시대상에 따라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어의 의미를 언어사용의 맥락 속에서 파악하려는 연구분야가 화용론(話用論)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언어표현의 의미가 그 표현 안에 들어 있는 낱말들의 사전적 의미의 총화로서만 이해되지 않고, 그 표현이 구체적으로 사용된 맥락 속에서 비로소 참다운 의미의 해석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때의 맥락은 말하는 이, 듣는 이, 장소 · 시간 등을 망라하고 때로는 가능세계(可能世界)를 포함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우리집 굴뚝을 타고 내려와 수경이 머리맡에 선물을 듬뿍 놓고 갔다.” 하는 이야기는 설정된 가능한 세계 내에서 참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같이, 동화 · 소설 · 신화 · 종교 및 논리상의 가능세계를 생각할 수 있다.

맥락에 포함되는 말하는 이, 듣는 이의 경우 그 인물뿐 아니라 주어진 언어표현과 관련된 수없이 많은 믿음과 앎이 맥락으로 숨어 있어 표현의 이해에 작용한다. 우리말의 다음 예를 보자. ① 제가 조교입니다. ② 저는 조교입니다. 이 두 문장은 의미가 같아 보이지만, 쓰이는 상황이 판이하여 화용론적 의미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문장 ①은 몇 사람 중에 조교가 있는 줄을 이미 아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말하는 이가 조교임을 대주는 상황에서, 그리고 문장 ②는 듣는 이가 말하는 이의 신분을 모르고 있거나 모르고 있다고 말하는 이가 믿을 때 사용하게 된다.

아무리 문법적으로 바른 문장이라 하더라도 적정한 상황에 맞추어 쓰지 못하면 적정한 발화가 되지 못한다. 어떠한 표현이 어떠한 상황에서 쓰이는가 하는 점은 언어권(言語圈)에 따라 차이가 많다. 이를테면, 우리말에서는 “내립시다(좀 비켜달라는 뜻으로).” 하면서 버스에서 혼자 내려도 좋으나, 미국의 버스 안에서 영어로 “Let’s get down.” 하면 듣는 이가 대단히 당황하게 된다. 모든 언어의 언어표현에는 문화적인 맥락이 얼키설키 얽혀 있으므로 한 언어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그 언어권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성립된다.

최근 수리논리(數理論理)의 배경을 가진 의미론 · 화용론 연구자들은 언어표현의 의미해석과 관련된 모든 언어외적인 맥락조차 언어표현인 문장으로 표시하여 언어이론 안에 정밀하게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는 전산(電算)언어학의 발전에 힘입어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볼 때 언어외적 맥락조차 언어표현의 해석에 관련되는 한 넓은 의미의 문맥 속에 들어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언어표현의 해석과 관련되는 사회적 · 문화적 맥락의 복잡성이란 인간의 행동에서, 또 그것은 의식 · 무의식적인 인간의 마음의 움직임의 복잡성에서 비롯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과학적 엄밀성에 있어 자연과학에 비하여 인문 · 사회과학의 어려움이 아직 제대로 극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언어학개론』(남기심·이정민·이홍배, 탑출판사, 1977)
『화용론연구』(장석진, 탑출판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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