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순화는 국어를 순수하고 올바른 언어로 가꾸고자 하는 운동이다. 국어순화의 대상은 발음, 어휘, 문법, 맞춤법, 언어활동을 포함하되 어휘의 순화가 우선이다. 순화 대상이 되는 어휘는 일차적으로 저속하지 않은 고유어로 바꾸고, 마땅한 고유어가 없을 때는 널리 알려진 한자어로 바꾼다. 국어순화의 중심 과제는 일본어 계통의 단어를 비롯한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꿈으로써 국어의 순수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국어 순화 운동은 정부·언론계·교육계·민간단체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국어순화 운동의 결과로 많은 고유어가 훌륭한 국어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저속하고 규범에 어긋나는 말을 바로잡고 외래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일 등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국어정화(國語淨化)’라 하기도 한다. 넓은 의미로는 표준어의 제정이나 표준발음 · 표기법 · 문법 등의 문제까지 국어순화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비속어(卑俗語)를 바로잡고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일컫는다.
그 중에서도 그동안 국어순화의 중심과제는 일제의 잔재인 일본어계통의 단어를 비롯한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꿈으로써 국어의 순수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그만큼 국어를 오염시키는 요소는 저속한 비속어류보다는 막강한 힘으로 밀려온 외래어라는 인식이 컸던 것이다. 국어순화운동이 본격화한 것은 광복 이후 일본어를 몰아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48년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에서 간행한 『우리말 도로찾기』는 일제치하에서 뿌리내린 일본어 단어를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출간한 책으로서, 비록 36면에 불과한 소책자이지만 이 방면의 본격적인 첫 업적이라 할만하다. 일본어를 앞에 보이고 거기에 해당하는 우리말을 보인 것으로, ‘上潮→밀물’, ‘아나타→당신’, ‘花見→꽃구경’, ‘中鮮→중부지방’, ‘스시(壽司)→초밥’, ‘혼다데(本立)→책꽂이’, ‘벤토(辦堂)→도시락’ 등이 그 예이다.
문교부는 그뒤에 특히 각 분야의 전문용어를 제정하는 사업을 벌여 1951년에 ‘과학기술용어제정위원회’를 설립하여 각 분야의 전문용어를 제정하는 등 순화 사업을 계속하였는데, 이 때까지도 서구어 계통의 외래어보다는 주로 일본어 잔재인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서구어 계통의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쓰는 데 대한 반성도 일면서 특히 70년대 들어 언론계, 교육계, 민간단체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국어순화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그리하여 각 기관 · 단체별로 서구어 계통 중심의 상호 · 상품명과 스포츠 용어, 일본어 계통 중심의 영화 · 연극 · 음악 · 건축 분야 등의 용어들을 순화하였다.
이에 정부는 국어순화 사업을 통합하고 또 발전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1976년에는 문교부 안에 ‘국어순화운동협의회’를 정부 각 부처 실장 및 국장 11명과 학계 및 언론계 인사 9명으로 발족하고, 이어 국어심의회 속에 ‘국어순화분과위원회’를 위원 28명으로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1977년 『국어순화자료』 제1집을 간행한 이래 그때그때 각 부처에서 의뢰한 것을 심의하여 그 결과를 『국어순화자료』로 간행하고 있다. 이 『국어순화자료』에는 ‘국어순화세칙’이 있는데, 거기에 이 기구의 국어순화의 방향이 나타나 있다.
순화대상으로는 “발음 · 어휘 · 문법 · 맞춤법 · 언어활동을 포함하되, 어휘의 순화를 먼저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순화대상어휘의 예로 ‘지입(持入), 토취장(土取場), 심득(心得), 견출지(見出紙)’ 등의 일본식 한자어를 비롯하여 ‘무소부지(無所不知), 무식소치(無識所致)’ 등의 한문투의 말, ‘공(共)히, 득(得)함, 지(至)하여, 여(如)히’ 등의 낡은 투의 한자어, ‘위계(爲計), 구서(驅鼠), 나변(那邊)’ 등의 어려운 한자어,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쓰는 ‘슈거, 페이, 파일박스’ 등의 외래어를 들고 있다.
한편, 순화대상이 되는 어휘를 바꿀 때, 일차적으로 저속하지 않은 고유어로 바꾸고 마땅한 고유어가 없을 때는 널리 알려진 한자어로 바꾼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미 쓰이는 단어 가운데 마땅한 것이 없을 때는 ‘주춤세(←保合勢)’, ‘받음표(←引受證)’처럼 크게 저항을 느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새 말을 만들어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원칙은 오늘날까지도 국어순화의 지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문화관광부로 하여금 국어순화를 통괄하도록 하는 한편, 1991년에 국립국어연구원을 설립하여 국어순화에 관한 연구 기능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국어심의회 속에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국어순화분과위원회를 두어 각 부처나 각종 기관 · 단체들로부터 의뢰받은 건설 · 미술 · 행정 · 봉제 · 임업 · 식생활 등의 용어들을 순화하였는데, 특히 1995년부터는 순화한 용어들을 고시하고 있다. 그러나 순화 용어가 언어 생활에 정착되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2004년부터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말터(www.malteo.net)'를 운영하여 누리꾼의 투표로 우리말 다듬기를 진행하기도 하였으며, 2011년 11월 이후에는 우리말 다듬기 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어순화의 범위를 순수한 고유어로 바꾸는 일만으로 축소하여 해석하고 그 방향으로 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주시경(周時經)이 그의 저서 『국어문법』, 『말의 소리』 등을 통하여 모음을 ‘홋소리’, 자음을 ‘닷소리’, 품사론을 ‘기난갈’, 명사는 ‘임’, 동사를 ‘움’ 등으로 바꾸어 부른 것이 그 효시일 것이다. 이 전통은 김두봉(金枓奉), 최현배(崔鉉培), 한글학회로 이어졌다.
쉽고 적절한 한자어로 바꾸는 일까지 포함시키든, 순수한 고유어로 바꾸는 일만으로 한정하든 국어순화운동의 결과로 ‘가락국수, 메밀국수, 덮밥, 덧셈, 뺄셈, 곱하기, 나누기, 지름, 사다리꼴, 암술, 수술, 별자리, 책꽂이, 통조림, 달리기’ 등을 비롯하여 오늘날의 ‘갓길’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유어가 훌륭한 국어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방향의 시도가 지나치게 생경한 느낌을 주는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어냄으로써 거부감을 일으켜 생명력을 얻지 못한 예도 많다. ‘보람판(←간판)’ · ‘배움터(←학교)’ · ‘쇳줄(←광맥)’ 등이 그 예이다.
국어순화운동의 범위는 언론계의 활동에 의해 한층 넓어졌다, 1970년대 초부터 신문은 특히 어렵고 잘못된 한자식 표현을 쉬운 우리말 표현으로 순화하였고, 문화방송 등 방송계도 어려운 표현, 잘못된 발음, 비표준어 등을 바로잡는 노력을 하였다. 1975년에 발족된 한국교열기자회 및 1983년에 발족된 KBS 한국어연구회 등은 이러한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의 결과로서, 그동안 용어제정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던 국어순화의 폭을 표준어, 표준발음, 경어법, 비속어, 표현 등 국어 전반에 걸쳐 확대되었다.
국어순화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각급 학교에서의 국어교육부터 철저히 잘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일어 국어순화와 국어교육의 문제를 연관시켜 좀더 본질적인 문제부터 연구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각 분야에 뿌리박고 있는 일본어 잔재를 비롯하여 남용되는 외래어를 철저히 수집, 정리하는 기초적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어순화작업은 그다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이며, 그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 실천적인 면에서 부족한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