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음문자는 음소문자와 음절문자를 묶어 부르는 용어이기도 하다. 표의문자가 의미 단위인 형태소 및 단어를 각 글자의 단위로 하는 문자체계인 것과 구별하여, 음소를 각 글자의 단위로 하는 음소문자와 음절을 그 단위로 하는 음절문자를 묶어 표음문자라 부르는 것이다.
음의 단위로는 음성도 있으나 음소보다 작은 단위로서의 음성을 단위로 하는 문자는 없다. 음성을 단위로 하는 시각적 기호체계는 발음기호(phonetic sign, phonetic alphabet)라 하여 음소문자와 구별하는데, 이는 특수용도의 기호로서, 일반인이 사용하는 문자의 기능은 하지 못한다. 한편, 음장(音長)이나 악센트 등이 음소의 자격을 가진 언어가 많으나 일반적으로 이들을 문자화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표음문자는 분절음소(分節音素)나 음절을 단위로 하는 문자체계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훈민정음 창제 무렵의 문헌에서처럼 음의 고저(高低)를 나타내는 방점(傍點)이 철저히 표기된 예도 있고, 현재에도 악센트를 철저히 표기하는 정서법도 있는가 하면, 체코의 정서법에서처럼 음장의 표기를 규칙적으로 하는 예도 없지 않다. 결국, 표음문자가 표기의 대상으로 삼는 단위는 단어의 의미를 바꾸는 기능을 하는, 따라서 언중(言衆)들에게 변별되는 음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상한선은 음절이어서 결과적으로 표음문자의 단위는 음소와 음절 두 가지이며, 따라서 이들 중 어느 것을 대표하는 문자냐에 따라 표음문자는 음소문자와 음절문자로 구별된다.
한글도 한 글자가 음소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틀림없이 음소문자의 범주에 속한다. ‘ㄱ, ㄴ, ㄷ, ㅌ, ㅗ’ 등은 분명히 한 음소를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글은 일반 음소문자와 구별되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한 음소를 대표하는 글자가 그 음소를 구성하는 자질(資質)들의 복합으로 제자(製字)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가령 ‘ㄷ’의 위의 획은 ‘ㄴ’과 구별되는 폐쇄음적인 자질을 나타내주며, ‘ㅌ’의 또 하나의 획은 격음(激音)이라는 자질을 대표하는 구실을 한다. 이 점은 로마자의 ‘t’나 ‘d’의 어떠한 부분이 어떠한 음성적 특질을 대표하고 있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한글의 특징을 기준으로 한글과 같은 표음문자는 자질문자(featural writing)라고 하여 음소문자 및 음절문자와 구분하는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표음문자는 전통적인 양분법 대신 자질문자 · 음절문자 · 음소문자로 삼분하는 체계가 될 것이다. 그러면 한글, 일본의 가나(假名), 서양의 로마자가 이들 각각을 대표하는 문자가 되어 한글이 문자 분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