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소는 말의 뜻을 구별하여 주는 최소의 언어단위이다. 음소는 자음이나 모음과 같이 시간적 연장을 가지고 실현되는 소리들로, 소리의 길이나 높낮이·강약 등과 같이 음소에 얹히는 운율적 요소들을 가리키는 운소와 함께 음운에 속한다. 음소는 한 언어에서 의미를 변별시키는 구실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음성과 구별된다. 음성적으로 다른 설측음 [l]과 탄설음 [r]은 한국어에서는 의미변별력이 없어 하나의 음소 ‘ㄹ’을 이루는 반면에, 영어에서는 의미변별력이 있어 두 음소를 이룬다. 현대 국어의 자음음소는 조음위치와 조음방식에 따라, 모음음소는 혀의 전후 위치와 높이에 따라 변별된다.
넓은 의미에서의 음소(phoneme)를 때로는 음운(音韻)과 동일시하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음소는 운소(韻素, prosodeme)와 함께 음운에 속하는 것이다.
곧, 음소는 자음이나 모음과 같이 시간적 연장을 가지고 실현되는 소리들로서, 소리의 길이나 높낮이 · 강약 등과 같이 음소에 얹히는 운율적 요소들을 가리키는 운소와 함께 음운에 속한다. 여기에서 자음과 모음의 음소를 분절음운(segmental phoneme), 운율적 요소인 운소를 비분절음운(suprasegmental phoneme)이라 부르기도 한다.
음소는 한 언어에서 의미를 분화시키는, 즉 의미를 변별시키는 구실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음성과 구별된다.
가령, 한국어의 음소 ‘ㄹ’은 음절말(音節末)에서는 설측음(舌側音)[l]로 실현되지만(불[pul], 날다[nalda] ), 모음 사이에서는 탄설음(彈舌音)[r]로 실현된다(나라[nara]). 곧, 한국어에서는 두 음성[l]과[r]가 같은 자리에 사용되어 의미변별을 일으키는 일이 결코 없다.
그러나 영어에서는[l]과[r]가 ‘light[lait]'와 ‘right[rait]'에서 보듯이 같은 자리인 어두(語頭)에 실현되면서 ‘가벼운'과 ‘옳은'과 같이 그 뜻을 변별시키고 있다.
즉, 음성적으로 다른[l]과[r]는 한국어에서는 의미변별력이 없어 하나의 음소를 이루고 있는 반면에, 영어에서는 의미변별력이 있어 두 음소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역의 현상도 가능한데, 가령 한국어에서는 ‘불[pul], 풀[phul], 뿔[p○ul]’에서 보듯이 ‘ㅂ, ㅍ, ㅃ’ 등이 의미를 변별시키고 있고, 그래서 각기 별도의 음소로 인정되지만, 영어에서는 음성적으로 다른 이 세 소리가 단어의 의미변별을 하는 일이 결코 없으므로 별도의 음소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음소가 특정의 개별언어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말하여 준다. 곧, 한 언어에서는 음소이지만 다른 언어에서는 음소가 아닌 소리가 있을 수 있으며, 그 반대로 한 언어에서는 음소가 아니지만 다른 언어에서는 음소인 소리가 있을 수 있고, 또한 한 언어에는 전혀 없는 소리가 다른 언어에는 있는 일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 언어 안의 방언들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음소의 수는 특정의 개별언어(나아가 그 언어의 개별방언)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데, 이러한 이유로 개별언어(혹은 방언)의 음운론 기술은 그 언어(혹은 방언)의 음소목록을 찾아내는 것을 일차적인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1) 외적 접근방법
한 언어의 음소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대개 최소의 짝(minimal pair), 상보적 분포(相補的分布, complementary distribution) 및 음성적 유사성(phonetic similarity) 등에 의지하여 이루어진다.
최소의 짝이란 앞서의 예에서 영어의 ‘light’와 ‘right’, 그리고 한국어의 ‘불, 풀’에서와 같이 다른 나머지는 같은데 어떤 한 가지 음의 차이로 의미가 달라진 어형의 짝을 말한다.
이처럼 두 개의 단어가 같은 자리에 있는 하나의 음 때문에 의미의 차이를 가져올 경우, 이 두 음을 각기 별도의 음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곧, 한 언어의 음소를 설정하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은 우선 최소의 짝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음에 따라서는 최소의 짝을 찾기 어렵거나 아주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흔히 상보적 분포에 의지한다. 상보적 분포란 두 음성이 동일한 환경에서 실현되지 않을 때를 이르는 말인데, 예를 들어 앞에서 살펴본 한국어의 두 음성[l]과[r]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만 실현되고, 결코 동일한 환경에서 실현되는 일이 없으므로 이들은 상보적 분포를 가진다고 말한다.
이처럼 두 음성이 서로 상보적인 분포를 가질 경우, 이들을 한 음소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 이 두 음성을 그 음소의 이음(異音, allophone)이라고 하며, 이음과 음소를 표기상으로 구별하기 위하여 이음을 각괄호[ ]안에 표기하는 한편, 음소는 사선 / / 안에 표기한다.
그러나 두 개의 음성이 상보적 분포를 이루는 경우에도 한 음소로 묶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국어의 ‘ㅎ’은 음절 첫머리에만 나타나고 음가가 있는 ‘ㅇ’은 음절말에만 나타나는데, 이들 두 음성은 그 환경만을 따진다면 분명히 상보적 분포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한 음소로 묶기에는 너무나 현격한 음성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ㅎ’은 무성마찰성문음(無聲摩擦聲門音)인데, ‘ㅇ’은 유성비강연구개음(有聲鼻腔軟口蓋音)인 것이다.
이처럼 상보적 분포를 보이는 두 음이기는 하지만, 그 음성적 차이가 너무나 현격하여 한 음운으로 묶기 어려울 경우, 이를 배제하기 위하여 음성적 유사성이라는 음소발견의 또다른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그러나 음성적 유사성이라는 것은 정도의 문제이므로 그 구분이 명확하게 그어지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비슷하여야 하나의 음소로 묶일 수 있으며, 얼마나 달라야 하나의 음소로 묶일 수 없는가는 객관적으로 판별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2) 내적 접근방법
이상에서 살펴본 음소설정의 방법은 음소를 외적으로 정의하려고 한 관점에 의한 것으로서, 이것과는 달리 음소를 내재적 특성에 의하여 정의하려는 내적 접근방법이 있다.
이 내적 접근방법에서는 음소를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변별적 자질(辨別的資質, distintive feature)의 묶음으로 정의하는데, 여기서 변별적 자질이란 한 언어형식을 다른 언어형식과 다만 그것에 의하여 구별하게 하는 음적 특징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어의 ‘불, 풀’의 의미가 구별되는 것은 ‘ㅂ’과 ‘ㅍ’이 다른 변별적 자질은 공통으로 가지고 있지만, 유기성(有氣性, aspiration)의 변별적 자질을 ‘ㅂ’은 가지지 않고 ‘ㅍ’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앞에서 말한 외적 접근방법에 비하여 이 내적 접근방법이 우월하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인정된다. 첫째, 변별적 자질이란 결국 음소라는 단위를 다시 분석한 것인 만큼 한 언어의 변별적 자질의 수는 음소의 수보다 일반적으로 매우 적게 되므로 그만큼 음운론적인 작업이 용이하여지며, 아울러 음운론 기술의 일반성을 포착할 수 있게 한다.
가령, 음소로만 표시하면 복잡하거나 여러 음소를 나열하여야 할 음운현상도 변별적 자질로 표시하면 단순한 하나의 규칙으로 총괄하여 표시할 수 있다.
둘째, 음성적 유사성이라는 다소 주관적인 개념을 공통적인 변별적 자질을 가진 음들이라는 말을 씀으로써 외적 접근방법이 가지는 근본적 결함을 제거할 수 있다. 가령, 비교되는 음소들의 유사성의 정도는 공통된 변별적 자질의 수와 대립된 변별적 자질의 수가 몇 가지냐에 비례하여 설명될 수 있다.
셋째, 이러한 궁극적 실체에 대한 인식은 음운론적 대립의 성격과 음운체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음소는 서로 대립되고 변별적임으로써 비로소 그 존재가 성립되는 단위들이다.
그러므로 음소는 개별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늘 다른 음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따라서 전체적으로 한 체계를 이룬다. 국어의 음소체계를 자음과 모음으로 나누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자음체계 : 현대국어의 자음음소는 입술소리(양순음) · 치조음(윗잇몸소리) · 센입천장소리(경구개음) · 여린입천장소리(연구개음) · 목청소리(후음) 등의 명칭에서 보듯이 조음위치에 따른 대립을 보이며, 다른 한편으로 파열음 · 파찰음 · 마찰음 · 비음 · 유음 등에서 보듯이 조음방식에 따른 대립을 보인다.
또한, 국어의 파열음 및 파찰음은 예사소리(평음) · 된소리(경음) · 거센소리(유기음)로 변별되는 매우 질서정연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즉, 평음의 ‘ㄱ, ㄷ, ㅂ, ㅈ’, 경음의 ‘ㄲ, ㄸ, ㅃ, ㅉ’, 유기음의 ‘ㅋ, ㅌ, ㅍ, ㅊ’ 등과 같이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국어의 자음체계는 〈표 1〉과 같이 정리된다.
조음방법\조음위치 | 양순음 | 설단음 | 경구개음 | 연구개음 | 후음 | ||
---|---|---|---|---|---|---|---|
무성음 | 파열음 | 평음 | ㅂ | ㄷ | ㄱ | ||
경음 | ㅃ | ㄸ | ㄲ | ||||
유기음 | ㅍ | ㅌ | ㅋ | ||||
파찰음 | 평음 | ㅈ | |||||
경음 | ㅉ | ||||||
유기음 | ㅊ | ||||||
파열음 | 평음 | ㅅ | ㅎ | ||||
경음 | ㅆ | ||||||
유성음 | 비음 | ㅁ | ㄴ | ㅇ | |||
유음 | ㄹ | ||||||
〈표 1〉 국어의 자음체계 |
② 모음체계 : 모음체계를 말할 때에는 전설모음 · 중설모음 · 후설모음 등과 같은 혀의 전후 위치의 대립을 계열(series), 고모음 · 중모음 · 저모음과 같은 혀의 높이의 대립을 단계 또는 서열(class)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국어의 모음체계는 자음체계와는 달리 각 방언마다 큰 차이를 보여준다. 가령, 중부방언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할 때에는 〈표 2〉와 같은 4계열 3단계의 체계를 가지는 것으로 기술된다.
혀 | 전설 | 후설 | ||
---|---|---|---|---|
혀의 높이\입술 | 평순 | 원순 | 평순 | 원순 |
고모음 | 이/i/ | 위/y/ | 으/ɨ/ | 우/u/ |
중모음 | 에/e/ | 외/ø/ | 어/ə/ | 오/o/ |
저모음 | 애/ɛ/ | 아/a/ | ||
〈표 2〉 국어의 모음체계 |
그러나 〈표 2〉에서 중부방언의 젊은 층은 이미 단모음 /위/와 /외/를 각기 이중모음으로 발음하고 있고, 또한 /에/와 /애/의 구별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동남방언(경상도방언) 등에서는 /으/와 /어/의 대립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현대국어의 모음체계는 다소의 음운목록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대개 3계열 3단계의 체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어에는 이상의 단모음음소 이외에 반모음음소 /w/와 /j/가 더 있으며, 이들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이중모음이 여러 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