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공신인 하공진(河拱辰)을 소재로 한 조희(調戱). 1110년(예종 5)에 연희된 잡희 또는 잡극이다. 역사를 소재로 한 잡희는 태조 때 개국공신을 추념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연극적인 성격이 뚜렷한 것으로는 <하공진놀이>가 중요하다.
1010년(현종 1) 거란족의 침입 때 스스로 볼모가 된 몸으로서 절개를 지키다 살해된 하공진의 이야기를 ≪고려사≫에는 “배우가 있어 놀이로써 선대공신을 기렸다.”고 하였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 배우가 말을 주된 표현수단으로 하는 조희로 독연(獨演)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때 배우가 가면을 쓰고 하공진이나 거란왕으로 분장하였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개국공신들의 신상(神像)들이 말을 타고 용약(踊躍)하였다는 동시대의 기록에 비추어, 가면을 쓰고 분장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고려의 연희는 신라의 가무백희(歌舞百戱)를 계승하여 그 규식지희(規式之戱 : 시각적인 몸짓 위주의 연희)적 측면의 발전은 물론 소학지희(笑謔之戱 : 청각적인 재담·익살 위주의 연희)적 측면의 연극적 전개로서 백희 중의 조희를 발달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조선 후기 이 양면을 지양시켜 이루어진 산대도감계통극의 형성에 모태적인 기능을 하였다는 데에서 연극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