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가극은 형식에 있어 오페라보다 뮤지컬에 가까우면서 예술성보다 사상계몽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대체로 규모가 크다. 따라서 작품의 주제는 혁명적이고 표현방법은 사실주의적인 특성을 가지며 200명 이상의 배우가 등장하는 대형무대를 꾸민다.
작품 전달을 위해서 군중음악과 군중무용이 전개되며, 극의 중요 장면에서는 전달성을 한층 높이기 위해 절가를 반복하고 방창을 부른다. 절가는 정형율로 된 가사를 몇 개의 절로 나누어 같은 선율에 담아 반복적으로 부르는 노래로, 혁명가극에서는 아리아나 대화창을 대신한다. 북한에서는 절가를 통해 음절을 반복함으로써 강렬한 음향효과를 낸다면서 절가를 종래 낡은 음악형식을 극복하고 가극의 대중화, 통속화에 기여한 뛰어난 표현수단으로 보고 있다.
한편, 방창은 백 코러스(back chorus)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효과적인 가사 전달에 목적을 둔다. 따라서 관객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심리를 서술하는 내용으로 들려주기도 한다. 혁명가극에서는 절가와 방창 외에도 무용을 많이 넣고 흐름식 입체무대를 꾸민다는 특징을 보인다. 무용은 종래의 가극에서처럼 장식적인 삽입물이 아니라 주인공의 사상 변화과정을 표현하고 극의 진행을 돕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흐름식 입체무대는 무대배경을 입체적으로 구성하여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행동과 성장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1972년부터 시도되었다. 북한은 이러한 혁명가극을 ‘피바다식 혁명가극’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김일성이 1936년 8월에 지었다는 연극대본 <혈해>를 혁명가극 <피바다>로 각색하면서 종전의 가극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제작하였다 하여 이 작품 이후의 혁명가극을 부르는 말로 되고 있다.
피바다식 혁명가극 중에서도 작품 완성도가 높은 5개 작품을 5대 혁명가극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피바다> · <꽃 파는 처녀> · <당의 참된 딸> · <밀림아 이야기하라> · <금강산의 노래>이다. 이 다섯 작품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피바다>는 김일성이 1936년 8월에 지었다는 것으로 1971년 7월 김정일의 지도로 가극화되었다. 내용은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초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순녀(을남어머니)가 일제에 의해 겪는 고통과 김일성의 항일빨치산 활동을 미화한 것으로 피의 혁명에 대한 필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이 작품이 김일성의 독창적인 미학사상이 구현된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꽃 파는 처녀>의 내용도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초를 배경으로 꽃분이 일가가 겪는 생활고를 반제, 반봉건의 계급투쟁으로 연결시키면서 김일성 항일 빨치산활동을 미화한 내용이다. 이 역시 김일성이 만주시절에 창작한 작품을 1972년에 가극화한 것이다.
<당의 참된 딸>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 간호원이던 강연옥이 몇 차례에 걸친 미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중환자를 후방으로 호송하는 임무를 완수한다는 내용으로, 북한에서 ‘공산주의자의 전형’을 창조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1971년 처음 공연되었으며 ‘인민상 계관 작품’이다.
<밀림아 이야기하라>는 일제시대에 구장을 지낸 주인공 최병훈의 항일정신과 행동을 김일성과 결부시킨 내용으로 공산주의 혁명가들의 투철한 혁명정신과 투쟁을 부각시켰다고 주장하는 작품이다. 1972년 평양예술단에서 창작, 공연하였다.
<금강산의 노래>는 일제 때 나라 없고 돈 없는 죄로 생이별을 강요당했던 황석민 일가가 북한정권이 들어선 뒤 재회한다는 내용이다. 1973년 4월에 창작되었으며, 북한의 평가는 “사회주의 하에서의 새 생활 반영, 현대적 주제의 가극 창작에서 힘들다는 신비주의를 사회주의적 현실주의 영역에까지 도달해 가극예술의 위력을 새로이 과시한 혁명적 대작”이다.
이처럼 5대 혁명가극은 대체로 역사적 사실들과 혁명적 주인공을 배합시켜서 계급성, 혁명성, 정치이념성을 부각시키는 작품들이다. 따라서 순수 예술작품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목적극이라 규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