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필사본. 홍범은 하우씨(夏禹氏:중국 하나라의 우임금) 때 신령한 거북이 등에 새겨져 있던 문장(文章)을 하늘이 내린 천지의 이수라고 하여, 이를 정치·군사를 비롯한 일반 국정에 이용하였다. 심지어는 일 년의 흉풍(凶風:매우 사나운 바람)·수한(水旱:장마와 가뭄)을 비롯하여 변방의 소요와 인간의 운명까지를 예견하는 학문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일 년 중의 흉풍과 수한을 예견하여 사전에 대비하기에는 중국의 지역이 너무 넓고, 특히 우리 나라와 같이 한쪽 끝지역에는 적용하기가 어렵고 적중률 또한 낮았으므로 우리 나라에 맞게 다시 연구한 것이다.
우리 나라가 간방(艮方)에 속하므로 먼저 천하의 대국(大局)을 포설한 뒤 다시 간방의 수를 중궁(中宮)에 넣어서 재포설하는 방식을 택하여 보니 적중률이 거의 완벽한 데에 이르렀다.
이것을 발견한 우리 나라의 음양가들은 이 방법을 정리하여 우리 나라의 흉풍과 수한을 비롯하여 정치와 군사 등에 적용하게 하고 ‘홍범연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책은 천시론(天時論)·수험(水驗)·한험(旱驗)·연국사(年國事)·역년경험(歷年經驗)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천시론」에서는 연국(烟局)을 포치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홍국(洪局)은 일진(日辰)을 주로 하는 반면, 연국은 시진(時辰)을 주로 함을 강조하고, 연기(衍奇)를 지적하여 간상수를 중궁에 배치한 뒤, 구궁에 포치하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특히 우청(雨晴)에서 포치되는 수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4계절의 우청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입춘·입하·입추·입동 등 4입일을 위주로 포진해야만 적중한다고 하였다.
또한 천후를 청(晴)·운(雲)·우(雨)·풍(風)·무(霧) 등 다섯으로 구분하고, 1과 6을 우에, 2와 7을 청에, 3과 8을 풍에, 4와 9를 상과 설에, 5와 10을 운과 무에 배속시켜 생왕휴수(生旺休囚)와 구성과 직부(直符)의 만남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또한 수한에 빠질 수 없는 것은 풍백살(風伯煞)·뇌공살(雷公煞)·벽력살(霹靂煞)로, 이 세 가지 살이 들면 무서운 작용을 하여 많은 비가 내리고 인명이 상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였다.
「수험」과 「한험」에서는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경험해 온 과효(課爻)에 따라 수한의 결과가 적중하였음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기록하였다. 「연국사」와 「역년경험」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일어났던 국상(國喪)·전쟁·흉풍 등 특이한 사항이 있었던 때마다 당시의 포국과 국의 변화 등을 명기하고, 그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포국상에서 찾고 있다.
우리 나라에 전래해 온 대부분의 도참사상과 음양학설이 중국을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그것을 원용한 데에 그친 사례에 반하여, 이 책은 정확한 우리 나라의 위치를 찾고 그곳에서 발생되는 사건을 예측하도록 한 것이 특기할 만하다. 규장각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