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현,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전체적으로 검은 빛이 감도는 화암사동종은 전체 높이가 105㎝이고, 입지름이 69㎝로, 16세기 후반에 제작된 동종 가운데 크기가 큰 편이다. 종의 형태는 상부에서 중앙을 향해 벌어지며 내려오다 살짝 오므라드는 모양을 보인다. 천판(天板) 위에는 한 마리 용이 입에 여의주를 물고 온몸으로 음통(音筒)을 휘감은 모양의 종뉴(鍾鈕)가 부착되어 있으며, 종뉴 아래에는 입상화문대(立狀花文帶)가 종신에 연결되어 있다. 종뉴 아래에 부조된 입상화문대는 상단에는 여의두문(如意頭文)을, 하단에는 양각선 안에 도안화된 연판문(蓮瓣文)을 장식하였다. 그리고 바로 밑에는 9개의 만개한 연꽃 봉오리가 부조된 정사각형 연곽(蓮廓) 4개를 배치하였으며, 연곽 사이에는 석장을 쥐고 구름 위에 서 있는 지장보살 4구를 표현하였다. 그리고 종구에서 조금 올라간 위쪽에 굵은 선을 돌려 마련한 하대에는 연화당초문(蓮花唐草文)을 도드라지게 장식하였다. 종신에 “동철대시주 동철대시주 보시 공양주(銅鐵大施主 銅鐵大施主 布施 供養主)”라는 내용의 명문만 있어, 현재로서는 정확한 제작 시기와 봉안 사찰을 확인할 수 없다.
화암사동종은 천판 위에 단룡(單龍)의 음통을 갖춘 종뉴와 여의두문 및 연판문이 내부에 장식된 입상화문대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고려 후기의 동종 양식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 이러한 전통 양식이 반영된 작품으로는 안성 석남사동종(1580년, 도난), 고성 안정사동종(1580년), 곡성 태안사동종(1581년), 안동 광흥사동종(1583년), 공주 갑사동종(1584년) 등 주로 16세기 후반에 제작된 동종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 작품 가운데 1584년에 제작된 공주 갑사동종은 화암사동종과 가장 유사한 양식을 보인다. 물론, 종뉴의 형태가 쌍룡(雙龍)이고, 종신 상부에 원권(圓圈)의 범자(梵字)를 장식한 차이점은 보이지만, 여의두문과 연판문이 장식된 입상화문대와 정사각형 연곽, 석장을 든 지장보살 입상, 그리고 굵은 선을 돌려 종구 위에 장식한 연화당초문은 위치와 패턴이 마치 같은 문양판을 사용한 것처럼 동일하다. 현재 화암사 승탑원에는 1572년 화암사 중창 불사 상황을 기록한 중창비가 남아 있어, 동종의 제작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화암사동종은 제작 시기와 봉안 사찰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단룡의 음통과 입상화문대로 특정 지어지는 고려 후기 동종 양식을 계승한 것으로 주목된다. 특히, 1968년 보물로 지정된 공주 갑사동종(1584년)과 동일한 양식을 보이고, 1572년에 화암사를 중창하였다는 중창비가 현재 사찰에 남아 있어 제작 시기는 16세기 후반으로 짐작된다. 화암사동종은 전체적으로 균형미가 있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현존하는 작품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빈약한 조선 전기 범종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