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지역이 중앙 정부에 대하여 독자적인 정치․경제적 권한과 권리나 제도적 지위를 획득하려는 운동 또는 지역 공동체의 고유성이나 지역적 정체성을 국가적 동질성에 흡수당하거나 종속되는 것으로부터 방어하거나 보호하려는 지향을 말한다. 최근 들어 지역주의는 국제적 관계의 심화에 따른 초국적인 또는 인접 국가들 간의 경제적 협력과 연대를 지칭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지역주의는 산업화와 더불어 근대 국민국가의 확립이 완결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역주의가 되풀이하여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서유럽의 경우에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중반에 걸쳐 지역주의 운동이 절정을 맞기도 하였다. 아울러 1990년대 이후에는 동유럽 각국에서 지역주의 운동과 결코 구분하기 쉽지 않는 민족적 분리주의 운동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역주의는 1980년대부터 ‘지역감정’, ‘지역패권’, ‘지역분할’의 형태를 띠며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문제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지역주의는 전 세계의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발생하는 보편적 문제가 되었지만, 그 특징은 일률적이지 않고 서로 큰 차이가 있다. 지역주의는 우선 어느 한 지역이 정치경제적 이해나 종족적․언어적․종교적 특성에 의해 보통 국가로 대표되는 상위의 공간과 구분된다는 관념에 기초하고 있다. 지역주의 운동은 역사․문화적, 종족적, 언어적 또는 사회․경제적 속성에 의해 지역의식이나 지역정체성을 의미하는 공동체성이 형성되고 독특한 지역적 이해가 정당화될 때 성립한다.
지역주의는 또한 상위의 공간 단위를 전제로 하며, 이 공간단위는 주로 국가가 된다. 일정 영역에 걸친 국가의 공권력 독점과 이와 결부된 통일적인 정치와 행정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지역적 특수성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정치경제적 권력의 공간적 집중화는 일반적으로 주변부에서의 반대 세력의 구축을 초래한다.
그리고 지역주의적 동원(動員)과정은 사회운동의 목적에 좌우된다. 지역주의는 자치 수준에 대한 요구 정도에 따라 언어교육과 같은 소수자들의 권리보장에서 독자적 정치행정 구조의 형성이나 연방국가의 구축을 거쳐 기존 국가의 분리와 독립 국가의 건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주의는 국민국가의 형성이 다양한 지역 문화적 정체성을 말살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정체성을 획일적이고 통일적인 국가적 표준에 맞추어 억압하거나 종속시켜 온 국가들에서 되풀이하여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지역주의 운동은 프랑스의 코르시카(Corsica)나 이탈리아의 사르데냐(Sardinia)와 같은 주로 도서나 사보이(Savoy)와 아오스타 벨리(Aosta Valley)와 같이 산악지역의 경우처럼 지리적 고립에 의해, 그리고 특정 종교적(아일랜드의 얼스터, 코소보, 아제르바이잔), 사회․문화적 또는 사회․종족적(카탈로니아, 바스크, 퀘벡), 종족․민족적(동유럽의 쿠르드나 아르메니아) 요인에 의해 확대되어 왔다. 무엇보다도 지역의 다양한 조건들이 중첩된 경우에는 지역정체성과 민족적 분리주의 운동을 서로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다.
지역주의 운동은 때때로 경제발전에 따른 불평등이나 격차에 의해 확대되기도 한다. 이점은 이탈리아 남부처럼 저발전 지역과 뚜렷한 경제성장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구 유고슬라비아의 슬로베니아처럼 중앙 정부가 지역발전에 제약이라고 보는 지역에도 적용된다.
지역주의는 오늘날 선진 산업국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아시와 아프리카의 많은 저발전 국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깊은 종족적, 종교적, 언어적 그리고 문화적 분리가 상존하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강력한 식민주의의 영향 아래 지극히 다양한 지역적 정체성이 결집하여 중앙집권적 국가를 건설하였으나 여전히 통합성이 떨어지고, 지속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국가의 여러 지역에서 부상하고 있다.
지역주의는 다양한 정치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발생해 왔고, 앞으로도 인간의 기본적 생활공간으로서 지역이 존속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주의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지역의 발전에 동력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