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에서 ‘새롭고 경제적으로 유용한 지식의 창출, 확산, 활용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요소들과 그 요소들의 상호작용 관계’ 또는 ‘지역 내 여러 경제 주체들이 지역의 생산과정이나 새로운 기술과 지식의 창출, 도입, 활용, 교류, 수정, 확산 과정에서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고 협력함으로써 형성되는 일정지역 내의 연결망’으로 규정할 수 있는 지역혁신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혁신정책은 이를 통하여 지역의 산업경제 활동을 촉진시키고 지역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산업발전 중심지역들이 극심한 침체를 겪는 반면, 그동안 저발전지역이었던 일부 지역들이 새롭게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기술변화와 혁신에 따른 신상품이나 신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것으로 여겨지면서 첨단산업의 입지나 혁신을 가능케 하는 지역 환경을 중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이후 세계적으로 지식기반경제가 등장함에 따라 그 특성인 지식과 학습이 지역경제 발전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밝혀지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혁신체계를 육성하는데 많은 국가들에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는 지역혁신체계의 구축 정책을 유럽 전체의 지역정책의 틀로서 채택하여 각국에 권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이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을 통한 자립형 지방화를 추구하는 지역혁신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역혁신정책은 지역혁신체계의 구축과 활성화를 위해 지역혁신체계의 구성요소인 기업이나 연구소 등의 확충, 이들 각 구성요소의 역량 강화와 이들 요소 간의 네트워킹 및 상호학습의 촉진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지원기반의 정비 등을 도모한다.
먼저 지역혁신체계의 구성요소의 확충은 혁신 지향적인 기업의 유치 및 창업의 촉진, 지식 창출과 확산을 담당하는 제반 기관과 단체의 집적을 추진하는 것으로, 클러스터(cluster)의 형성이라고도 한다. 각 구성요소의 역량 강화는 지식과 혁신 관련 투자의 확대와 혁신이 창출될 수 있도록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 등이 학습조직을 구축, 활성화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혁신체계 요소들의 네트워킹 활성화는 분야별 포럼이나 포커스 그룹의 활성화, 기업간 및 지식창출과 활용 시스템 간의 연계 강화, 외부와의 연계 강화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원기반 정비는 물적 인프라의 구축(정보통신 인프라, 산업단지, 교통 에너지 용수, 쾌적한 정주기반 등), 공적 거버넌스 시스템의 구축(지역 내 기획 및 추진 기구와 그룹의 형성, 지역의 정책기획, 제정 역량 및 자율성 제고, 중앙·지방간 협력 시스템의 활성화 등), 사회자본 확충으로 이해되는 문화제도적 기반 정비(혁신 촉진형 제도 정비, 기업의 혁신의지 제고, 혁신 친화적 시민의식 함양 등) 등을 행하는 것이다.
지역혁신정책은 지역의 지식 및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다양한 주체들(좁게는 공공 연구개발 기관, 민간 기술연구소, 대학 등과 넓게는 금융기관, 연계기관, 공공기관, 비정부기구 등 지역경제의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는 주체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중소기업 간, 연구소․대학과 기업 간 파트너십의 형성 등의 형태로 상호 협력․연계하여 연구개발(R&D), 기술혁신, 벤처기업 창업, 신산업 창출,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데에는 정부 등 공공부문이 정책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부분의 기업들은 혁신을 창출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혁신적 기업이라도 혁신 능력의 수준이 달라 혁신능력이 뒤처지는 기업들에게 혁신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유능한 기업들에게는 자신의 혁신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혁신 클러스터의 형성과 네트워크의 활성화에 따른 지역 산업 전반의 효율성은 임계 수준을 넘어서야 증가하는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역혁신체계의 효율성이 현저하게 나타나지 않는 초기 단계에서는 시장 실패와 시스템 실패에 의한 비효율성으로 인하여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이 지연되거나 구축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정부 등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급속한 기술변화와 세계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은 필수적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은 물론이고 지역 차원에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혁신정책은 이처럼 지역 차원에서 지역 실정에 맞는 혁신의 창출과 역량 제고를 추진하는 정책으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