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대방광불화엄경』을 줄여서 『화엄경』이라 부르기도 한다.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기본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화엄종의 근본경전인 『법화경』과 함께 한국 불교사상의 확립에 큰 영향을 끼친 경전이다. 대승불교 초기의 중요 경전이었던 『화엄경』은 실차난타가 한역한 80권본 외에도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의 60권본과 반야(般若)의 40권본이 있다.
『화엄경』은 991년에 북송(北宋)에서 개보판 대장경으로 간행되어 수입되었다. 그러다가 현종 2년에 거란의 침입이 일어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목판으로 불경을 새겼다. 결국 이 대장경은 전쟁 중에 불교신앙의 힘으로 국민을 단결시켜 국난을 타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간행한 것이었다.
이 초조대장경은 고려 현종 때인 1011년에 시작하여 10여 년 동안 판수제 등 개보판 대장경의 일부를 수정하여 판각하였다.
전체 크기는 28.5㎝×1004㎝, 판식은 상하단변, 상하 간 크기는 22.3㎝, 첫째 장은 22항이고 둘째 장부터는 23항에 매항 14자이다. 판수제는 도려내고 이어 붙여 보이지 않는다. 본문은 송 태조의 조부의 이름인 경(敬)자와 겸피자인 경(鏡)과 경(竟)자에 마지막 획을 결획하였다. 그리고 재조판에는 음의가 있는데 이 권의 말에는 음의가 생략되었다.
화엄경 39품 가운데 제9품인 광명각품과 보살문명품의 내용이다. 광명각품에서 광명각은 밝은 깨달음이란 뜻으로 문수보살이 부처가 갖추고 있는 밝은 깨달음과 덕행에 대하여 찬양하고 불력(佛力)으로 모든 사람들이 극락으로 갈 수 있게 한다고 찬양하였다. 보살문명품은 문수보살이 마음이라고 하는 본성은 하나인데 왜 마음에 의하여 세상을 좋고 나쁜 것으로 차별하게 되는가라고 묻고, 각수보살은 모든 것은 허공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같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그 참된 모습이란 존재할 수 없고 볼 수도 없다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허깨비와 같은 현상들을 실재한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차별이 있게 된다고 답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문수보살이 질문을 하고 재수보살, 보수보살 등에게 부처가 어떻게 사람들의 수준에 맞게 교화하게 되는지, 그리고 왜 사람은 괴로움과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죄를 지으면 지옥으로 가게 되는지를 물었다.
끝으로 여러 보살들이 문수보살에게 부처의 경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를 요청하였다. 부처의 경지가 부처의 지혜에 의하여 이룩되는 만큼 부처님의 교리를 믿고 닦아 나가면 부처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하였다.
해인사대장경에 비해 새김이 정교하고 먹색이 진하다. 또한 매 행(行)의 글자 수가 14자로 해인사본의 17자와 분명하게 구분되는 특징도 보인다.
인쇄상태나 종이의 질 등 전체적인 품격으로 보아 경기도박물관 소장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1(국보, 1990년 지정), 불교천태중앙박물관 소장 권74(국보, 1993년 지정), 호림 박물관 소장 권2·권75(국보, 1991년 지정)와 같이 초조대장경이 만들어진 11세기에서 12세기 사이에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