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0월 30일에 문학(文學)과지성(知性)사에서 간행하였다. 작자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시인의 자서(自序)와 ‘간결미와 절제(節制)의 논리’라는 조남현(曺南鉉)의 해설과 더불어 총 69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은 형식에서는 압축미와 생략법을 최상의 것으로 여겼던 전통주의적 성격이, 주제에서는 현실을 비판하는 모더니즘적 성격이 강하다.
시인은 시의 주제를 효과적이게 하는 수사법으로 반복 어법, 언롱(言弄), 여음(餘音), 이 세 가지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반복 어법을 주요 수사법으로 삼은 작품으로는 「혈(血)의 누(淚)」,「섬에 누워」,「INS 위로」, 등이 있다. 언롱(言弄)을 수사법으로 삼은 작품으로는 「얼음산」,「다이얼 돌려도」,「조각달」,「수수께끼」,「변명(辨明)」,「비켜서서」등이 있다. 이러한 수사법을 통하여 한국어의 다채로운 시적 변주를 탐색한 데서 시인의 실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여음(餘音)을 수사법으로 삼은 작품들로는「품바·한 마디」,「품바·두 마디」,「품바·세 마디」,「살풀이」 등이 있으며, 이들은 풍자시의 골격을 강하게 보인다.
또한 신석초(申石艸), 박용래(朴龍來), 김소월(金素月), 김수영(金洙映) 등 실존 시인들을 다루고 있는 「죄(罪)짓는 일」,「정수원(淨愁園)」,「소금 바다」 등의 작품들과 자연을 다루고 있는 「산울림」,「구천동(九千洞)」,「사슬 풀며」등의 작품들에는 홍희표 시인의 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기 성찰이 잘 담겨 있다.
간결과 절제라는 언어적 실험 정신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전통주의적 면모가, 문명으로 인해 상실되어 가는 휴머니티를 회복하기 위하여 풍자 정신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모더니즘적 면모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