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자 ㅓ는 자형상 ㆍ와 ㅣ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사실은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의 제자해(制字解)에 나오는 다음의 기술을 통해 확인된다. “ㅓ는 ㅡ와 한 종류인데 입을 벌리니[口張] 그 모양인즉 ㆍ와 ㅣ가 어울려서 이루어진 것이며, 천지의 활용이 사물에 나타나되 사람을 기다려서 이루어지는 뜻을 취한 것이다.”
여기서 ‘ㅡ와 한 종류’라는 것은 발음에 대한 설명으로 ㅡ 소리의 특성인 ‘혀를 조금 오그라지게 해서[舌小縮] 조음하고 소리는 깊지도 얕지도 않은[聲不深不淺] 점’에서 동일하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ㅓ가 나타내는 모음의 음가가 현대국어에서의 ‘없다’처럼 어간이 장음으로 실현될 때 발음되는 ‘어’와 유사하였음을 알 수 있다.
ㅓ는 원래 ㆍ의 오른쪽에 ㅣ를 배치시킨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이유는 제자해의 “ㅜ ㅓ ㅠ ㅕ의 동그라미 즉 ㆍ가 ㅡ의 아래와 ㅣ의 안쪽에 놓인 것은, 그것이 땅을 상징하는 ㅡ에서 생겨나서 음(陰)이 되기 때문이다.”라는 서술을 통해 확인된다.
한편 『훈민정음』 에서는 모음자가 ‘ㆍ, ㅡ, ㅣ,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 순으로 제시되어 있어 ㅓ는 모음 중 일곱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이는 모음자의 기본인 ‘하늘(천, 天), 땅(지, 地), 사람(인, 人)’을 각각 본뜬 ‘ㆍ, ㅡ, ㅣ’를 먼저 보이고, 기본자인 ‘ㆍ, ㅡ, ㅣ’를 결합하여 만든 글자인 ‘ㅗ, ㅏ, ㅜ, ㅓ’를 그다음에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훈몽자회』 범례에서는 중성으로만 쓰이는 11자[中聲獨用十一字] ‘ㅏ(아, 阿), ㅑ(야, 也), ㅓ(어, 於), ㅕ(여, 余), ㅗ(오, 吾), ㅛ(요, 要), ㅜ(우, 牛), ㅠ(유, 由), ㅡ(응, 應: 종성은 사용하지 아니함), ㅣ(ᅀᅵ, 伊: 중성만 사용함), ㆍ(ᄉᆞ, 思: 초성은 사용하지 아니함)’ 중 ㅓ를 세 번째 모음자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모음의 순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