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사 태평루 앞에 있는 안국사구층탑은 축조 시기와 관련된 역사기록이나 문헌자료가 없어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다. 그러나 기단부에 있는 안상과 귀꽃문의 형태, 연꽃문양 등 탑의 구조와 조각기법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안국사 은행나무 밑에 보존되어 있는 주필대에는 탑의 중수기록이 남아있다.
안국사구층탑은 2층의 기단, 탑신, 탑머리로 이루어졌으며, 높이는 6.23m이다. 하층기단 면석은 4매의 판석으로 구성하고, 각 면에는 양 우주와 2구씩의 안상이 배치되었다. 안상(眼象) 내에는 고사리무늬가 큼직하게 장식되어 있다. 하층기단의 갑석 윗면에는 복련(伏蓮)을 조각하였고, 상층기단의 갑석 밑면에는 앙련(仰蓮)을 돋을새김 하였다. 그리고 하층기단의 갑석 네 귀퉁이에만 고사리문의 귀꽃을 하나씩 장식하였다. 탑신은 옥신석과 옥개석이 1석씩이며, 9층 옥신석과 옥개석은 결실되어 현재 8개 층만 남아있다. 1층 옥신석에는 감실(龕室)이 설치되어 있다. 옥개받침은 1층부터 7층까지는 3단이며, 그 위층은 2단으로 이루어졌다. 각 층의 네 귀퉁이 전각에는 풍경을 달았던 흔적이 남아있다. 탑머리에는 8층 옥개석 위에 보주석 하나가 얹혀 있을 뿐 다른 부재들은 남아있지 않다.
안국사구층탑은 기단과 옥신석, 지붕돌의 높이를 높여 탑 전체가 위로 솟아오르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옥신석을 점차 좁혀 올려 안정감이 있고, 옥개석의 처마선이 가볍게 들려있어 경쾌하고 부드러운 감을 준다.
안국사구층탑은 상하층 기단에 앙련, 복련을 장식하고, 1층 옥신석에 감실을 개설한 형식 등 고려시대 석탑 건축술과 조각술을 연구하는데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