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기를 배경으로 한 「엄마의 말뚝」1,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엄마의 말뚝」2, 현재 시점에서 투병 중이던 엄마가 돌아가시기까지의 경위를 그린 「엄마의 말뚝」3으로 구성된 연작소설로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인칭 서술자 형식으로 되어있다.
「엄마의 말뚝」은 1980년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연작소설로서 총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의 말뚝」1(『문학사상』, 1980)은 식민지 시기를 배경으로 엄마가 어린 ‘나’와 오빠를 이끌고 고향인 개성 박적골을 떠나 서울 변두리인 서대문구 현저동에 고생 끝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까지를 그리고 있다. 「엄마의 말뚝」1은 딸이 신식교육을 받아 신여성이 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염원과 서울에서도 중심에 소속되지 못한 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나의 성장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엄마의 말뚝」2(『문학사상』, 1981)는 중산층 전업주부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나’가 엄마의 다리 부상을 계기로 과거 한국전쟁 당시 오빠를 북한 인민군의 총살로 잃게 된 참담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제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연작의 마지막인 「엄마의 말뚝」3(『작가세계』, 1991)은 수술후유증으로 7년여를 투병하시던 엄마가 화장되어 강물에 뿌려지기를 바랐던 생전 소망과는 달리 돌아가신 후 서울 근교의 공원 묘지에 묻히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말뚝’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일차적으로는 ‘괴불마당집’으로 불리어지는 삶의 터전을 의미하지만, 심층적으로는 자식들에게 신식교육을 받게 하려는 엄마의 강렬한 열망과 의지, 그리고 전쟁통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아들로 인한 엄마의 한을 의미하기도 하고, 우리 안에 있는 분단의식을 함축하기도 한다.
「엄마의 말뚝」1은 식민지 근대를 배경으로 신여성의 근대체험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성장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엄마의 말뚝」2는 개인적인 전쟁 체험을 넘어 민족사적 비극으로서의 전형성과 보편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