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연 1행의 자유시이다. 1939년 3월 『문장』 2호에 발표되었으며 1941년 9월에 간행된 정지용 시집 『백록담』에 재수록되었다.
이 시는 한겨울 장수산을 시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산속 정경과 산승의 거동을 묘사하고 있다. 줄글로 이어진 행 사이사이에 뚜렷하게 구분되는 휴지부를 두어 호흡과 여운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벌목정정(伐木丁丁) 이랬더니”라는 첫 구절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벌목(伐木)’ 편에 등장하는 구절로 산속에서 나무를 벨 때 쩡 하며 울리는 소리를 나타낸다. 아름드리 소나무게 베어지면 골짜기가 울리며 메아리 소리가 돌아올 것 같다며 장수산의 깊이를 표현한 것이다. 『시경』에서는 나무 베는 소리가 쩡쩡 울리니 새들이 날아 자기 벗을 찾는다는 구절이 나오는 것에 비해 이 시에서는 “다람쥐도 좇지 않고/멧새도 울지 않아/깊은 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 적막한 정경을 강조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산중에는 눈과 달이 종이보다도 흰 밤이 펼쳐진다. 흰 종이처럼 펼쳐진 산속 풍경 속에서 산중들의 고요한 움직임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환한 달빛 아래 걸음을 하여 이웃 산사를 찾은 ‘웃절 중’은 “여섯 판에 여섯 번 지고 웃고 올라 간”다. 내기에 초연하여 모든 판을 지고도 웃으며 돌아가는 ‘웃절 중’은 “조찰히 늙은 사나히”로서 오랜 수양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처럼 장수산과 그 안의 동식물과 사람이 모두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익숙해져 있는 것에 비해 이 시의 화자는 시름이 일어 견디기 힘들어 한다. “오오 견디랸다 차고 올연히 슬픔도 꿈도 없이”라는 다짐은 마음속 번뇌를 다스려 장수산의 정경처럼 고요와 평정에 이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일제 말기에 쓴 이 시에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깊은 산을 찾은 시인의 번민이 깃들어 있다. 어지럽기 그지없는 현실에 비해 적막할 정도로 고요한 장수산에서 시인은 탈속과 극기의 이상향을 만난다.
이 시는 정지용의 후기시에서 주를 이루는 산수시를 대표하며 시인의 정신적 지향을 함축하고 있다. 동양 시가의 전통을 이루는 정경교융(情景交融)과 여백의 묘미를 새롭게 창조해내 현대시의 가능성을 확장한 시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