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방 직전부터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삶을 통해 그녀가 충격적인 사건들을 겪을 때마다 천둥소리를 듣는다는 설정이 기본구조를 이루고 있다.
몰락한 양반집 최씨 가문의 며느리인 청상과부 신길녀는 늙고 병든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머슴 차병조에게 겁탈당하고 아기를 낳게 되는데, 아기는 황점개 부부에 의해 몰래 키워진다. 이후 시어머니는 죽고, 길녀는 일본에서 돌아온 차병조에게 다시 몸을 유린당한 뒤 장춘옥이란 술집으로 팔리다시피 들어가 고된 일을 하며 지내게 된다. 트럭운전수 지상모의 도움으로 장춘옥을 탈출할 수 있게 되지만 상모는 그녀를 겁간한 후 산골의 작은 주막집에 그녀를 머물게 한다.
주막집을 운영하면서 상모에게 마음을 의탁해 지내던 그녀는 점개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는 좌익 운동을 하다 피신해 다니는 신세다. 군청의 간부가 된 차병조가 그녀를 찾지만 그녀는 그를 따라가지 않고, 숨겨 주었던 좌익 청년들의 죽음을 목격한다. 이듬해 결국 점개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길녀는 그에 대한 연민으로 그를 탈출시킨다. 이에 지상모는 곤욕을 치르고, 길녀는 그의 아내 창래 어멈과 함께 장사를 하다 전쟁을 맞는다.
전쟁이 나자 길녀는 친정으로 돌아오지만 그곳에서조차 냉대를 받고 피난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친정집으로 숨어 들어온 차병조를 만나게 된다. 차병조의 은닉 혐의를 받은 아버지 신현직은 인민위원회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다 점개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한편 길녀는 지상모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박대를 당한다. 이 소식에 분개한 점개는 상모를 찾아가 그를 살해한다. 국군 치하가 되고, 부역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는 풀려난 뒤 사망하고, 길녀는 사람들로부터 모멸을 당한다. 후퇴하는 공산군에 합류하지 못한 점개는 빨치산이 되고 길녀는 그와 밀회하고 그에게 몸을 허락한다. 빨치산 토벌 작전이 시작되고, 점개는 동료의 총을 맞아 죽음을 맞게 되고, 길녀는 죽어가는 그에게 ‘여보’라고 부른다.
길녀라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8·15 해방에서부터 6·25 전쟁으로 이어지는 5년 동안의 우리 민족의 아픔과 비극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한 여인의 운명적 삶과 그 주변의 여러 인물들을 통해 역사의 비극적 현장과 이데올로기의 싸움 속에서 희생적으로 겪어야만 했던 환난과 고초와 희생을 여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길녀의 삶은 우리 민족의 시대적 수난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름없는 백성들'이야말로 역사의 진정한 주체’라는 작가의 입장이 전형적으로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