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랏골의 비가(悲歌)」는 전라도 벽지 마을 ‘자랏골’에서 묘지를 둘러싸고 3대에 걸쳐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명당이라 판명된 양문이 묏등은 이 비극적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소설은 이 자리에 마을 부자인 이양문이 묘를 쓰려 할 때인 1918년부터 4·19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묏등과 관련되어 마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마을의 어른 고당영감이 양문이 일가에게 묏등 자리를 팔자 누군가가 그 자리에 똥을 퍼넣는 사건이 일어나고, 양문이가 외지 청년들을 끌어들이면서 흉흉하고 끔찍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양문이 일가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반감과 증오는 커져가고 이에 마을사람들의 시련과 고초도 함께 더해간다. 도장(盜葬) 사건과 소문과 억울한 죽음, 묏등 폭파 사건 등이 계속 일어나면서 마을의 비극적 운명은 이어진다. 부패한 권력에 빌붙어 힘을 누리는 양문이 일가와의 대립과 싸움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끊임없는 시련과 수난을 겪는다.
「자랏골의 비가(悲歌)」는 작가 송기숙의 현실 문제에 대한 비판적이며 저항적인 의식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그의 소설세계가 추구하는 민중의 생명력과 치열한 역사인식, 그리고 현실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다. 더욱이 이 작품에서는 전라도 방언의 능란한 활용과 속담 등의 풍부한 인용, 만연체의 문장과 대화체의 구사를 통해 당대 민중의 현실을 민중의 언어로써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