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해체 이후에 고려인 관련 비밀문서에 대한 열람 금지 조처가 해제되자 강제이주 관련 문서를 발굴·수집하여 1992년과 1997년에 각각 자료집으로 발간하였다.
1991년에 소련은 ‘피압박 민족의 복권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스탈린의 집권 시기에 정치적 탄압을 받았던 소수 민족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조치를 시행하였다. 그 뒤 소련이 해체되자 이전의 비밀문서들이 공개되었는데, 열람은 물론 접근 자체가 금지되었던 고려인 강제이주에 관한 문서들도 하나씩 공개되었다. 아울러 러시아연방 최고회의의 민족문제협의회에서는 고려인 명예 회복을 위한 활동도 전개하였다. 러시아의 고려인 학자들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러시아에 남아 있는 고려인 관련 문서를 발굴·수집하고 편집하여, 1992년에 백서를 발간하였다. 그 뒤 1997년에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발굴한 문서도묶어 백서를 추가로 간행하였다. 백서 제1권과 제2권의 편저자는 리 블라지미르 표도로비치(리우효) 교수와 김 예브게니 예브게니예비치(김영웅) 박사이고, 모스크바에 위치한 러시아연방 외교부 산하 외교아카데미에서 발간하였다.
제1권은 강제이주 결정을 담은 문서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문서를 보면, 강제이주의 최종결정자는 스탈린임을 알 수 있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제1부는 강제이주 이전의 소련 고려인에 관한 내용으로, 특히 19201930년대 극동 지역 고려인의 상황을 적은 것이 많다. 제2부는 강제이주에 관한 문서로 구성되어 있다. 스탈린과 몰로토프(Vyacheslav Mikhailovich Molotov, 18901986)가 직접 서명한 문서가 공개되어, 강제이주 명령자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또한 1937년의 정치 탄압 희생자에 관한 문서도 포함되어 있다. 제3부는 특별 이주민 고려인에 관한 내용이다.
이 책은1992년에 러시아연방 최고회의의 민족문제협의회가 진행하던 소련 시기에 탄압받았던 민족들의 복권에 관한 조사 활동에 도움을 주었다. 그 결과 1993년에 러시아 고려인의 복권에 관한 법령이 제정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1930년대 강제이주에 관한 문서가 공개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어서, 강제이주의 정확한 이유를 포함한강제이주에 관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