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7월 7일 대전광역시 중구 부사동(芙沙洞)에서 풍장패를 앞세워 길놀이 · 합궁놀이 · 황새샘치기 · 칠성굿놀이 · 견우직녀 상봉놀이 · 장치기놀이로 이어지는 마을공동체 놀이이다. 그 외에도 경상남도 김해군 부서(府西: 진영읍)의 알촌과 하계(荷溪)마을의 칠석놀이, 충청남도 금산군 진악산의 송계놀이 및 당진시 송산면 부곡리의 풍년제,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의 솔불놀이, 전라남도 여수 일대의 진세(進歲)놀이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칠석날에는 시절음식으로 밀전병과 과일을 먹는다. 음식을 먹기 전에는 반드시 터줏가리 · 부엌 · 마루 · 미당 등 집안의 신들에게 먼저 올린 다음 먹었다. 대감과 성주에게 고사를 지내며 단골만신을 찾아가 빌기도 한다.
이날 여자들은 바느질 솜씨가 늘길 빌었고, 저녁에는 강강술래를 하고 그네를 뛴다. 매년 6월 그믐에서 7월 10일까지 행하는 알촌과 하계마을의 칠석놀이는 집집마다 술과 안주를 갖추고 긴 장대에 깃발을 달아 잡악(아악 이외의 여러 가지 속악)을 베풀어서 태종신(太宗神)에게 제사지낸다.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씨름으로 승부를 가른다. 시기적으로 농사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여러 번 폐지되었지만, 호랑이가 출몰하여 가축을 물어 죽인다고 하여 부득이 재개하였다.
부사동의 칠석놀이는 백제의 두 연인인 윗말의 부용(芙蓉)과 아랫말의 사득(沙得)의 비극적인 연애고사에 기원을 둔 촌락신화에서 유래한다.
신라가 백제를 침략하자 사득은 전장에 나가 전사한다. 부용은 보문산 선바위(아들바위)에 올라 사득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다 실족사 한다. 몇 해 후 마을에 가뭄이 들고 샘물이 마르자 멀리 소재한 황새샘에서 물을 길어온다. 부용이 윗말의 한 노인에게 현몽하여 사득과의 영혼결혼을 원하니 앙숙이던 두 마을은 화해하고 샘고사를 치른 후 이를 성사시킨다. 그러자 샘물이 펑펑 솟았고 이 샘을 부용과 사득의 이름을 따 ‘부사샘’이라고 불렀다.
두 마을은 매년 칠석마다 보문산 선바위에서 부용을 위로하는 제사(선바위 치성)를 올렸고 부녀자를 중심으로 제물을 진설한 후 비손하며 소지를 올린다.
부사샘을 깨끗이 치우고 샘고사를 올리는데, 풍장을 동원하여 길놀이, 기세배, 샘풀이, 샘치기노래, 고사가 결합된 형식으로 전승된다. 이들 두 사람의 넋을 달래기 위한 합궁놀이는 마을 전체가 행하는 모의 결혼행위로서 일종의 마을축제로 전승되고 있다.
1938년 이후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의해 중단되었다가 광복 후 다시 계승하였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해 그 맥을 잇지 못하였다가 1990년 마을 주민 장택수가 동네 어른들의 고증에 기반하여 발굴한 후에 1993년 대전대학 한상수 교수의 고증을 통해 부활시켰다.
1992년 대전광역시 중구 민속놀이로 선정되었고, 1993년 10월 대전시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1994년 10월 21일 제35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현재까지 부사칠석놀이보존회를 결성하여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길놀이와 합궁놀이로부터 출발한다. 일반적인 기싸움처럼 용기(龍旗)를 세우기 위해 농악을 동원하여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만나는 과정으로 깃봉싸움이 전개된다. 이는 농경모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합궁은 양쪽 마을의 기를 통해 화합을 표시하는 기세배의 일종으로 상견례이다. 농악에 맞춰 음양 현상의 결연을 통해 풍농을 기원하는 것인 듯하다. 다음은 황새샘치기와 칠성제로, 황새샘은 부사동 논에 물을 대는 수원으로 매년 칠석 무렵 농기와 풍장을 앞세워 샘을 다시 치우고 고사를 올린다. 황새샘치는 노래를 부르며 이 소리에 맞춰 고사의 참여자는 다함께 물을 퍼낸다. 샘고사가 끝나면 칠성제를 행하는데 마을의 번영을 칠성신에게 기원한다.
부사동에선 부용제(芙蓉祭)라고 하며 선바위에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견우직녀 상봉놀이는 부사동에선 흔히 ‘부용 · 사득이놀이’라고 한다. 풍장에 따라 오작교 대열을 만들고 견우와 직녀로 가장한 놀이꾼이 각각 오작교 뒤쪽에서 앞으로 오면서 만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놋다리밟기처럼 노래를 부른다.
내용은 남녀상사가 주종을 이루며 깃봉싸움처럼 음양의 화합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이어 장치기놀이는 견우 쪽과 직녀 쪽이 나누어 지게줄로 만든 공을 지게작대기로 치며 상대편 깃대를 맞추는 민속경기이다. 놀이에 참여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은 자기편을 응원하며 풍물에 따라 다양한 종목의 노래를 부른다. 율동은 흔히 지게 장단이나 물박 장단이며, 풍물은 대전 지역에서 널리 전승되고 있는 웃다리농악과 대체로 일치한다.
칠석날은 걸교(乞巧)라고 하여 처녀들이 견우와 직녀성에 대고 바느질 솜씨가 늘기를 빌었다. 유생들은 두 별을 제목으로 하여 시를 지으면 문장이 숙달된다고 믿었다. 또 ‘칠석차례’라 하여 올벼를 사당에 천신(薦新)하였고, 샘을 깨끗이 치우고 샘고사를 지냈다. 칠석제 또는 칠성제(七星祭)라 하여 부인들이 밤에 칠석단을 모아놓고 집안의 부귀와 자손의 명(命)과 복을 빌었다.
논산 지역에서는 두레의 김매기를 마치고 온 동민이 한자리에 모여 품값의 결산을 겸한 두레 먹이를 했다. 또한 떡을 해서 논에 용신제(龍神祭) · 밭제(田祭)를 모셨고, 김매기와 밭매기가 끝났다 하여 하루를 쉬었다.
부사동 칠석놀이는 순차적인 놀이가 관행화된 성장의례의 생산성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 이는 견우직녀 설화와 유사한 부용 · 사득 상봉놀이가 바탕이 된 것으로 농작물 성장의례에 부합되는 공동체 놀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