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이정희의 살푸리 연작은 안무 당시의 시대상을 대변한다. 한국무용가 이매방, 한영숙 등이 맥을 지켜온 살풀이춤은 살을 푼다는 뜻으로 다른 말로는 한(恨)을 푼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살푸리 연작은 어느 정도 비장미를 내재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1980년 발표한 「살푸리80」에서 1992년 「살푸리 아홉」까지 장장 13년에 걸쳐 완성한 이정희의 살푸리 연작은 현대인의 소외된 삶 혹은 그러한 삶의 모습 그리고 남북 분단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하는 대규모 작품이다.
살푸리 연작은 정치, 사회적인 주제를 담은 현실성 짙은 작품이다. 광주항쟁에서 남북협상까지 시대의 아픔을 응축한 몸동작으로 표현하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살푸리 연작은 아홉 곡의 비가(悲歌)로도 불린다. 혹은 ‘영혼의 갈구를 보듬어 안는 춤’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살푸리 연작은 또한 이정희의 ‘춤으로 사는 삶의 여정’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볼 때, 살푸리 연작은 결국 이정희가 살아온 시대를 반영하고 자신과 밀착된 삶을 반영하는 가운데, 집단을 대변하는 개인의 감정을 춤으로 풀어내 표현하는 작업이다.
이정희의 살푸리는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장장 13년에 걸쳐 9개의 연작으로 발표되었다. 그 연혁은 다음과 같다. 1980년 「살푸리80」, 1981년 「살푸리-둘」, 1982년 「살푸리-셋」, 1983년 「살푸리-넷」, 1984년 「살푸리-다섯」, 1985년 「살푸리-여섯」, 1986년 「살푸리-일곱」, 1988년 「살푸리-여덟」, 1992년 「살푸리-아홉」.
「살푸리」는 한국 전통무용인 살풀이를 현대무용화한 9개의 연작으로 당시의 시대 상황을 대변한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