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무용이 전통을 답습하는 단계를 벗어나 점진적으로 현대적인 의식을 함양해가고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과 선악의 공존에 대한 것들을 닭의 생태를 통해 은유적으로 묘사하였다. 김현자와 정재만의 대표적인 안무작으로 일컬어진다. 직접 출연까지 한 김현자와 정재만의 2인무는 무용수로서도 높은 경지를 보여주었다.
김현자와 정재만의 「홰」에서 쌈닭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항상 전선(戰線)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다가 지게 되면 목을 잘리고 털을 뽑히는 신세가 된다. 쌈닭이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예리하게 고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남녀 사이의 갈등을 암탉과 수탉의 갈등으로 은유하기도 하였다.
원래 제목은 「투계(鬪鷄)」였으나 어감이 너무 저돌적이어서 결국 「홰」로 바꾸었다고 한다. ‘홰’란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새장이나 닭장 속에 새나 닭이 올라앉게 가로질러 놓은 나무 막대’다.
작품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무용언어를, 전통적인 미감을 갖되 전통에 고착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펼쳐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1984년 대한민국무용제(현 서울무용제)에서 한국무용 참가작으로는 드물게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당시 미학적 독자성을 인정받아, 간결하고 명료한 구성으로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