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곡(組曲) 형태의 작품으로, 여기서 조곡이란 몇 개의 소곡이나 악장을 조합하여 하나의 곡으로 구성한 복합 형식의 기악곡을 말한다. 「타고 남은 재」는 기존의 공연예술로서 한국무용을 개량하는 선에서 더 나아가 춤사위에 표현성을 투입하고 새로 개발된 역동적인 춤사위를 덧붙여 무대 구성을 획기적으로 쇄신하였다.
성인이 된 배정혜가 정식으로 프로페셔널한 안무가로서 입지를 확립한 작품이다. 배정혜의 첫 번째 대작인 「타고 남은 재」는 우주, 인간, 삶에 관한 철학적인 물음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명의 세계, 핵의 세계, 멸의 세계를 각각 태어나기 전의 운명적인 세계, 갖가지 욕망과 욕구가 가득 찬 세계, 모든 것을 뒤로 한 죽음의 세계로 그려냈다. 음악은 황병기가 맡았다.
당시 고착화된 신무용 스타일에서 벗어나 한국무용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양새 위주의 춤을 바탕으로 이야기와 감정의 단면을 표현하는데 그쳤던 한국무용에 호흡의 흐름으로 빚어지는 동작이라는 방법론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1977년 평론가들에 의해 한국 창작무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단순히 전통무용을 개량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춤사위의 미학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