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한글날 특별공연으로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초연된 한글 소재의 작품이다. 현대무용가 이숙재가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의 도움과 자문을 받아 직접 대본을 쓰고 안무를 맡았다. 한글을 소재로 한 현대무용을 통해 대중적인 수용력을 높이려고 노력한 작품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춤으로 형상화한 무용극으로서 80분짜리 대작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개천, 한글의 조화, 한글의 응용(용비어천가), 한글의 사랑, 세계 속으로 뻗어가는 한국(우리 글의 자주성)에 걸쳐 한글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부터 글꼴의 조형미와 과학성까지 여러 소재와 주제를 무용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한글 창제에 깔린 천지인(天地人)과 음양오행 등 동양철학을 상징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우리 음악과 무용에서 차용한 가락과 몸짓을 사용하는 한편, 한글의 조형미를 드러내기 위해 현대적인 움직임도 구사한다.
세종대왕은 우리글의 바탕을 하늘과 땅, 사람의 일치인 음양오행설에 근본을 두고 글자에 대한 자주성과 실용성을 위해 연구에 몰두한다. 드디어 홀로 나는 홀소리와 닿아서 나는 닿소리 등이 어우러진 한글을 창제하기에 이른다.
구체적인 전개는 세종대왕의 큰 뜻, 한글 창제의 집념과 연구, 글꼴의 과학적이고 기하학적 조형미, 탄생의 기쁨, 온 민중의 기쁨의 축제, 용비어천가를 통한 한글의 실용성 실험, 우리 민족사와 함께 해온 한글의 수난, 한글과 민족을 지킨 서현의 넋, 다시 찾은 우리의 말과 글, 세계 속으로 뻗어가는 한글, 웅비하게 솟구치는 우리 민족의 기상 등으로 이루어진다.
「한글기행」은 비단 서울뿐 아니라 창원, 마산, 진주, 울산, 대구 등 16개 지역을 순회하는 방법으로 우리 현대무용의 내륙화를 통해 대중성 확보를 시도하였다.
이숙재는 자신이 창단한 밀물현대무용단을 통해 1991년부터 한글을 소재로 한 작품세계를 일관되게 추구해, 2014년 현재 시점으로 23년 정도 이어졌다. 현대무용을 통해 한글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설파한 이 작품은 계몽적인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기하학적인 신체 움직임에 한글 형상을 조합한 신선한 발상과 이색적인 작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